[비즈니스포스트]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추가로 발의되면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주식취득 제한기준을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던 20조 원 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여기에 추가로 발의된 자본시장법안은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하는 주식을 삼성전자에서 자사주로 매입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삼성생명법과 함께 통과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서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생명법을 보완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함께 국회 문턱을 넘으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배구조 안정화, 소액주주 보호, 주주가치 제고 등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총 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 기준을 기존 ‘취득원가’를 ‘시장가격’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주요 뼈대로 한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시장가격 기준 총자산의 3%를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해 지배구조 연결고리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73% 가운데 20조 원가량인 약 6%를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지배구조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던 구조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다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주식이 한꺼번에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삼성전자에 투자한 600만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삼성생명에 우회로를 열어줄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특정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할 때 주권상장법인이 특정주주로부터 공개매수가 아닌 블록딜(주식 대량매매)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이 팔아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전자 측에서 자사주로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취득하는 자사주는 바로 소각해야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삼성전자 주식이 공개매각을 통해 불특정 제3자에게 매도될 경우 대주주 지배력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재용 회장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블록딜의 경우 시간외 매매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도 가능해 1석3조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내용은 삼성그룹도 2012년 미래전략실을 통해 준비하고 원했던 정책 방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요한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 구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 가운데 하나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꼽힌다. 이에 앞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뒤이어 자사주 소각작업이 이뤄지면 삼성물산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한 뒤 궁극적으로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에 오르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한 뒤 삼성전자 투자회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투자회사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결국 ‘삼성물산→삼성전자 투자회사→삼성전자 사업회사 구조’로 지배구조 개편을 매듭짓는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공정거래법상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을 30% 보유해야 하는데 보험업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함께 통과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줄어들어 지배구조 개편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법률 제정절차를 넘어선 뒤 나타날 문제인 만큼 현실화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매우 장기적 관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