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외국계 투자자들로부터 배당금을 늘리라는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개선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자 당장 투자금 회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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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미국계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라”며 압박하고 있다고 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뉴욕의 헤지펀드인 페리캐피털과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약트먼애셋매니지먼트, 아티산파트너스 등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비공식 회의에서 이런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배당확대 요구에 대해 “낮은 배당수익률과 많은 현금보유량에 대해 외국계 투자자들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실적전망에서도 실적개선이 어렵다는 증권가의 전망과 함께 삼성전자가 60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의 변한준 연구원은 9일 “애플을 선두로 경쟁사들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스마트폰 제조업체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추진해 온 중저가 스마트폰의 재고정리가 3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해 1%에 미치지 못하는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경쟁사인 인텔, 애플 등과 비교해 보면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배당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꾸준히 줄였다.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당성향은 지난 2010년 11.31%에서 2012년 6.93%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고 배당수익률을 1%로 올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2.03%까지 배당성향을 늘렸지만 글로벌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36.8%)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당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목표로 내건 배당수익률 1%는 경쟁사인 애플의 2.3%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지금 상황이 2년 전 애플과 비슷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본다.
애플은 2012년 1천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애플은 지금 삼성전자처럼 배당에 인색했다. 그러나 ‘기업 사냥꾼’이란 별명을 가진 칼 아이칸 등 투자자들이 공개적으로 압박을 펼치면서 애플은 결국 배당을 늘렸고 자사주도 매입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애플이 배당을 늘렸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앞으로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미국 금융정보 업체 샌퍼드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연구원은 9일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