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7)가 합의문 성격인 ‘샤름 엘 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하며 마무리됐다. 핵심 의제였던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은 원칙적 합의 수준에 그쳤고 화석연료 감축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사진은 7일 열린 당사국총회 개막식에서 의장인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연설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7)가 숙제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핵심 의제였던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은 원칙적 합의 수준에 그쳤고 화석연료 감축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당사국총회가 합의문 성격인 ‘샤름 엘 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하며 마무리됐다.
이번 당사국총회는 당초 6일 시작해 18일 폐막될 예정으로 열렸지만 연장 협상을 거친 끝에 20일 새벽에야 극적으로 최종 합의문 도출에 성공했다.
합의문 도출을 마지막까지 가로막았던 의제는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문제다.
올해 국토의 3분의 1이 잠길 정도의 극심한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을 비롯해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어가는 남태평양의 도서국가 등은 꾸준히 선진국에 피해 보상을 요구해 왔다.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는 선진국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합의문 초안에는 빠졌으나 개도국의 강한 요구에 결국 최종 합의문에는 포함이 됐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손실과 보상’ 기금 조성이 포함된 당사국총회 합의문을 놓고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30년 동안 분투했고 그 여정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기금을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 기여해 조성할 것인지를 비롯해 조성된 기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 구체적 내용은 합의문에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은 선언적 의미 이상은 아닌 셈이다.
환경부는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된 기금 마련과 지원체계 등 상세 운영방안 마련을 놓고는 “선진국과 개도국 인사로 구성된 준비위원회(transitional committee)를 설립해 기금의 제도적 장치 마련, 기존 재원 확장 방안 등 관련 논의를 내년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앞으로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세부내용 확정 과정에서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 의견 충돌이 예상되지만 특히 기금을 부담할 국가의 범위를 놓고는 각 국가가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들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카타르 등 산유국도 기금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등은 기금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셰진화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는 이번 당사국총회 합의문을 놓고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문제를 처음으로 의제에 포함하는 등 개도국의 우려에 대응한 것은 매우 큰 진전”이라면서도 “파리협약에는 기후기금이든 손실기금이든 선진국은 출자의 책임과 의무가 있고 개도국은 자발적으로 출자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손실과 보상’ 문제 외에 화석연료 감축 측면을 보면 이번 당사국총회가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지난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감축이 결정된 석탄에 더해 이번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석유, 천연가스 등까지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논의됐다.
하지만 결국 합의문에는 화석연료의 감축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당사국총회가 화석연료 감축과 관련해 진전을 보지 못한 데는 ‘손실과 보상’ 논의가 이번 당사국총회의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다른 의제 논의가 크게 힘을 받지 못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제28차 당사국총회가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화석연료 감축 문제는 크게 힘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화석연료 감축이 진전을 보지 못한 일을 놓고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국과 산유국들이 온실가스 저감과 화석연료 에너지 이용의 단계적 중단을 방해하는 것을 보고 크게 좌절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