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사장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치료제 개발과 백신 위탁생산 등을 추진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코로나19 수혜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을 차세대 의약품인 mRNA 백신 개발로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mRNA 생산시설을 구축해 mRNA 백신,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한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허 사장이 포함된 GC녹십자 경영위원회는 3분기 mRNA 파일럿(시범) 생산시설 구축 안건을 가결시켰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mRNA 생산시설 구축에 대해 “선제적으로 플랫폼기술을 확보해 먼저 mRNA 독감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이후 mRNA 기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파일럿 생산시설은 전남 화순에 있는 GC녹십자 백신공장에 들어선다. 화순 공장은 독감 백신을 비롯한 여러 백신 원액과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GC녹십자는 mRNA 파일럿 생산시설을 통해 백신이나 치료제 등 후보물질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점검한 뒤 임상과 상업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일럿 생산시설 구축은 허 사장체제의 GC녹십자가 확보한 mRNA 관련 기술이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시사한다.
허 사장은 2016년 GC녹십자 단독대표에 올랐다. 이후 GC녹십자는 2017년 말부터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mRNA를 선택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GC녹십자 산하 연구기관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mRNA 기반 신약개발을 위해 올해 초 서울대 AI연구원과 손잡기도 했다.
GC녹십자는 특히 4월 캐나다 아퀴타스테라퓨틱스로부터 지질나노입자(LNP) 기술 도입에 성공함으로써 mRNA 개발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mRNA는 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생산해 질병에 저항하게끔 단백질 설계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질나노입자는 불안정한 mRNA가 체내에 주입된 뒤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게 보호하는 핵심 기술이다.
허 사장은 아퀴타스테라퓨틱스와 계약 체결을 발표하며 “독감 백신과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개발에 있어 다양한 접근법(모달리티)을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mRNA는 최근에야 제약바이오 분야에 도입된 신기술이지만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돼 세계적으로 사용되며 신뢰성을 증명했다.
국내 주요 백신 사업자이면서 수출 실적도 풍부한 GC녹십자가 mRNA 기반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 사장에게 mRNA 백신·치료제 개발은 코로나19 프로젝트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이기도 하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허 사장은 당시 “사상 초유의 감염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의약품은 오롯이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해 쓰이는 것이 온당하다”며 무상 공급을 약속할 만큼 치료제 개발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GC녹십자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임상 단계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추진하기도 했다. 국제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계약을 맺고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도 위탁생산을 논의했었다. 그러나 실제 수주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