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대혼란에 빠졌다.
◆ 증시 폭락,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영국이 24일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면서 한국 증시에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47조4410억 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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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로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떨어진 1925.24로 거래를 끝낸 가운데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
시가총액 감소폭을 시장별로 살펴보면 코스피 37조5290억 원, 코스닥 9조9120억 원에 이른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떨어진 1925.24로 거래를 끝냈다.
코스피 지수는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에 대한 기대심리로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을 넘어선 2001.55로 장을 열었다. 그러나 개표결과 탈퇴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장중에 1892.75까지 떨어져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449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해 폭락세를 주도했다. 기관투자자가 529억 원, 개인투자자가 358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모든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 큰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만 원(2.10%), 삼성물산 주가는 6천 원(4.92%)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2.36포인트(4.76%) 하락한 647.16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투표 속보에 따라 요동치다가 이날 12시50분경 631.18까지 떨어져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지수)이 전날 종가보다 4% 이상 등락한 상태로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증시 프로그램매매의 호가 효력을 5분 동안 정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개인투자자는 코스닥에서 140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는 887억 원, 기관투자자는 464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하락을 막지 못했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다른 국가들도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을 탈퇴할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증시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영국과 유로존의 경기침체 리스크가 한국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자체도 증시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원-달러 환율 5년9개월 만에 최대 변동
원-달러 환율도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29.7원 뛰어오른 달러당 1179.9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이 상승폭은 2011년 9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1150.0원으로 장을 열었지만 개표 이후 투표 속보에 따라 요동치다가 결국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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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개표가 24일 오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뉴시스> |
원-달러 환율은 이날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만 33.10원에 이르는데 이 변동폭은 2011년 9월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외환당국은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대처하기 위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180.20원까지 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심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12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원-엔 재정환율도 안전자산 선호심리의 영향으로 폭등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24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62.75원 오른 100엔당 1152.58원을 기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