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투자증권이 비우호적 영업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그동안 투자금융(IB)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며 ‘투자금융 강자’로 입지를 다져왔다.
▲ NH투자증권이 비우호적 영업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
덕분에 증시침체에 따른 위탁매매 부진을 투자금융 성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된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IB관련 수익은 1322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2374억 원과 비교해 무려 44% 줄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감소폭은 35%에 이른다.
시장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에 IB 관련 평가이익과 수수료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IB부문 실적도 위축됐다.
특히 투자금융(IB) 수수료수익은 2분기 1100억 원에서 3분기 663억 원으로 줄었다. 2분기와 비교해 40% 급감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의 IB 수수료수익이 분기 기준 600억 원대로 내려 앉은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9분기 만이다.
올해 2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IB 수수료수익이 1천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는데 한 분기만에 주저앉으며 2분기만 반짝 호실적에 그쳤다.
NH투자증권은 "3분기에 시장금리 상승 및 주식시장 악화 등 영향으로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부동산 관련 수수료수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NH투자증권 외에도 대부분 증권사들은 실적이 반토막 나는 등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와 같은 증권업계의 실적 부진은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20년과 2021년 증시 호황과 거래대금 급증이 겹치며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고 증권업계는 호시절을 보냈다.
증시 거래대금은 2020년 4월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1월에는 하루 평균 40조 원을 웃돌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거래대금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고 이에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IB부문이 위탁매매 위축에 따른 증권사 실적 부진의 방패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탓에 시장 유동성이 한풀 꺾인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까지 시장을 덮치며 IB업계 역시 암담한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IB전문가인 정영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꾸준히 역량 강화 노력을 이어왔고 덕분에 '투자금융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투자금융 강자답게 2분기에는 반짝 호실적을 내기도 했지만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된 탓에 그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이 한동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NH투자증권이 실적 부진을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을 두고 "IB 등 부문에서의 강점은 이익 하방경직성으로 작용하나 업황 부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새로운 거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투자금융 거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지금 남은 딜은 모두 예전부터 진행된 것이라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