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10-19 16: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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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통신3사가 통신망 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앞세워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구축 등에 필요한 5G특화망(이음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5G특화망 구축사업을 통해 새로운 B2B(기업간 거래)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축한 5G특화망에 적합한 산업안전감시 등 B2B솔루션까지 추가 공급할 기회도 늘릴 수 있어서다.
▲ 통신3사가 통신인프라, 통신망 구축 노하우 등을 앞세워 5G특화망(이음5G) 구축사업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KT 직원들이 경북 경주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내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KT에 이어 SK텔레콤까지 통신3사가 모두 5G특화망에 뛰어들면서 기업고객 늘리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SK텔레콤은 경북 울진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한울원자력발전소와 앞으로 건설할 신한울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현장에 5G특화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산불과 같은 재난상황에서도 안정적 통신망 운영이 가능하고 원전 건설현장의 안전성과 효율성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SK텔레콤은 설명한다.
앞서 올해 6월 LG유플러스는 CJ그룹내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을 담당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구축할 5G특화망에 인터넷 전용회선을 공급하기로 하며 가장 먼저 5G특화망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를 적용해 보안이 한층 강화된 전용 통신회선을 CJ올리브네트웍스에 공급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 계열사 사업장에 로봇설비 도입을 확대하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실감형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5G특화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사의 5G특화망을 돕는 다른 두 통신사와 달리 KT는 아예 5G특화망 구축에 필요한 별도의 자체 주파수까지 확보했다.
KT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4.7GHz 대역의 주파수 100MHz를 지정받았는데 우면연구센터에 이 주파수를 활용해 5G특화망을 직접 구축하기로 했다.
KT는 직접 5G특화망을 구현해 봄으로써 향후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할 5G특화망 구축사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KT의 계열사 KT엠오에스북부도 최근 과기정통부로부터 5G 특화망 주파수를 할당받아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5G 특화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5G특화망은 통신사 이외의 개별기업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공장, 건물 등의 특정 공간에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로봇, 의료, 원격교육, 미디어 등의 사업을 하기 위해 구축하는 맞춤형 통신망을 말한다.
다만 개별기업은 통신사가 아니어서 통신장비를 확보하는 것부터 통신망 구축 및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5G 특화망 구축 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3사가 5G특화망을 구축해 준다면 개별기업은 빠르게 자체 사업에 필요한 5G특화망을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망 유지관리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통신사로서도 B2B영역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만큼 5G 특화망 구축사업은 새로운 B2B 매출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또 이렇게 구축한 5G 특화망을 통해 활성화할 스마트팩토리, 로봇 등의 영역에 적합한 B2B솔루션의 공급 확대도 가능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2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CEO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에서 성장을 위한 비전을 발표했는데 이때 엔터프라이즈(B2B)사업을 5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도 KT의 B2B 및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매출 비중을 2020년 35%에서 2025년 5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는데 KT의 2022년 별도기준 디지코사업의 비중은 약 41% 수준까지 높아졌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AI고객센터 등에서 고객 중심으로 기민하게 사업을 전개해 B2B 성장을 강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로버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5G특화망 시장 규모는 2021년 13억 7560만달러(약 1조7천억 원)에서 2028년 142억8500만 달러(약 17조6700억 원)로 연평균 39.7%씩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팩토리나 스마트물류, 로봇, 원격의료 시장이 커지면 5G특화망 성장도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5G B2B 사업용으로 주로 쓰일 28GHz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받고도 기지국을 크게 늘리지 않은 채 5G특화망 사업에 나서는 것을 놓고 주파수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통신사들이 28GHz 대역의 주파수 기지국을 당초 계획대로 설치했다면 개별기업이 별도로 5G특화망을 할당받아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최근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기준 통신3사가 설치한 28GHz 주파수 기지국은 2007곳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통신3사가 2021년 말까지 의무적으로 구축하기로 한 기지국 수(4만5천 곳)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통신3사가 2018년 5월 과기정통부로부터 할당받은 28GHz 주파수는 B2C고객을 대상으로 범용화한 3.5GHz 주파수보다 4~5배 빠르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은 탓에 주파수를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기업의 수요도 커지지 않은 28GHz 대역의 주파수 기지국을 미리 설치하는 것은 오히려 자원낭비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가 있다면 통신사들은 적극적으로 28GHz 기지국을 구축할 것이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통신3사가 2018년 과기정통부로부터 할당받은 28GHz 주파수와 5G특화망은 활용도가 다소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8GHz 대역의 주파수는 목적이 특정되지 않은 범용망에 활용되는 것이지만 5G특화망은 주파수를 할당받은 특정 목적의 기업고객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