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재편 관련 시나리오에서 주역을 맡을 것은 확실하지만 당장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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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 주가는 20일 직전거래일보다 2.09%(2500원) 오른 12만2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23일 진행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에서 잔류 의견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증시 전반에 우려가 줄어든 데다 삼성물산 주가 ‘바닥설’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합병기일 기준과 비교해 현재 주가가 약 30% 빠졌는데 17일과 이날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2만 원선에 다시 턱걸이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익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며 “특별한 무리없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사업부분 20% 이상과 대부분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연구원은 주주 구성상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특별한 무리없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신설 법인으로 출범한 뒤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실질적 지주회사 전환작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가 제기될 때마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삼성SDS의 물류부문과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삼성물산이 투자부문 지분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에 대해 대리급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3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 점도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표면적으로 해외 건설프로젝트의 대규모 손실 등 실적 부진에 따른 조처지만 삼성SDS 물류부문과 합병 추진이나 건설사업 재편 등을 염두에 두고 ‘몸집 줄이기’의 일환이란 해석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을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리스크가 큰 건설업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로 전환 시나리오가 계속 나오며 지배구조 재편의 수혜주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당장 이런 작업이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에 설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시기가 언제냐를 놓고 의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SDS 물류부문 합병 추진설만 해도 삼성SDS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기업으로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을 받고 외국인투자자의 비율도 높다. 인적 분할을 한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사업부문 분할에 대한 투자자들의 저항이 클 수 있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재편도 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 삼성물산 지주회사 전환이 당장은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하려면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작업의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시나리오일 뿐 당장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지주사로서 이익실현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면적으로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해소가 먼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