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에도 태풍권에 들어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롯데그룹의 주요 금융계열사 경영진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
|
▲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경영진의 상당수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직할조직으로 비자금 의혹의 핵심인 정책본부 출신”이라며 “다른 경영진도 그룹 내부의 자금 흐름과 연관된 경우가 있어 검찰에서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은 16일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 사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에 2006~2014년 동안 몸담으면서 부사장과 사장을 역임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채 사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는지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대표는 최근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던 와중에 일본으로 출국했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임하는 등 롯데그룹의 한국과 일본 간 자금거래의 열쇠를 쥔 것으로 평가된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정책본부 출신은 아니지만 2006년 롯데쇼핑 재무부문장으로 임명돼 2014년까지 근무했다. 롯데쇼핑은 조세피난처인 해외에 페이퍼컴퍼니 자회사를 세운 뒤 신 회장 일가의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전자금융사업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방식으로 지목된 '통행세' 논란과 연루돼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통행세는 계열사 간 거래에서 불필요한 경로를 추가해 오너나 일부 계열사에 부당수익을 챙겨주는 수법을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ATM을 납품할 때 제조사에게 기계를 바로 사지 않고 롯데알미늄을 중간에 끼워 간접구매하는 방식으로 41억5천만 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금융회사 인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부 계열사에 부당이득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은 1997년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2002년 동양카드(현 롯데카드), 2008년 대한화재해상보험(현 롯데손해보험) 인수 등을 주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2008년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때도 삼성화재를 압수수색하는 등 금융계열사를 집중 조사했는데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라며 “금융이 규제산업인 만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수록 직접적인 영업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는 롯데카드·롯데캐피탈·롯데손해보험·롯데피에스넷·롯데오토리스·롯데멤버스·마이비·부산하나로카드·이비카드·경기스마트카드·인천스마트카드·장교프로젝트금융 등 12곳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