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경우 중소기업과 금융산업 전체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16일 서울 중구의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용보증기금이 자본확충펀드 지급보증을 맡으면 중소기업 지급보증 여력이 줄면서 유동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대출자산의 77.5%가 중소기업 대출인 기업은행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금융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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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금융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중단요구 기자회견' 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정부는 6월8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한국은행에서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위해 IBK기업은행에 빌려주는 10조 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다.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에서 A은행에 돈을 빌려주면 A은행이 펀드를 만들어 다른 은행들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이나 후순위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노조는 자본확충펀드에 위법성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한국은행이 한국은행법상 대출기간 1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펀드 운영기간을 2017년 말까지로 결정했다”며 “금융기관 대출절차와 대출대상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이 도관은행(한국은행의 돈이 흘러 나가는 경유은행)으로서 10조 원을 다시 대출하는 것도 은행법 제35조 위반”이라며 “자본확충펀드와 관계된 모든 기관이 기업은행 최대주주인 정부의 특수관계인인 만큼 명백한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법 제35조 동일인 등에 대한 신용공여의 한도에 따르면 은행은 해당 은행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자기자본의 100분의 25(기업은행의 경우 4조원 대)를 초과하는 대출을 해줄 수 없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대기업 지원을 위해 자본확충펀드에 동원된 점도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설립목적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것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 청사진도 없이 부실 대기업 살리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책금융기관들까지 얽히게 됐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 산업에 위험을 옮길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와 협력해 이 거대한 사기극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겠다”며 “6월18일 총력 결의대회, 9월23일 총파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손효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