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의회에서 중국 YMTC를 블랙리스트 기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YMTC의 3D낸드 기반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의회에서 중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YMTC를 집중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바이든 정부에 강력한 압박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메모리반도체 ‘다크호스’로 떠오른 YMTC가 미국 규제로 타격을 받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한시름을 놓을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 “미국 의회 의원들이 YMTC와 중국 화웨이의 거래를 빌미로 삼아 YMTC를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미국 상무부에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YMTC를 ‘블랙리스트’ 기업에 포함시켜 수출 규제를 적용한다면 YMTC는 미국 기업에서 반도체 장비를 사들이거나 기술특허 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YMTC가 현재 낸드플래시 반도체 기술과 공급망에서 완전한 자급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만큼 미국의 규제 대상에 오른다면 기술 개발과 반도체 생산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와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전문기업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두고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의회에서 YMTC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는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s2’에 YMTC의 낸드플래시 반도체가 탑재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데 따른 것이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YMTC와 화웨이 사이 거래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YMTC를 제재 대상에 포함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바이든 정부에 규제를 요구하는 만큼 미국 상무부가 이른 시일에 YMTC를 상대로 엄중한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공급을 제한하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의 중국 시설 투자를 압박하는 등 중국 반도체산업을 향한 압박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평가받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적극적으로 YMTC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일을 지지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가 YMTC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한 결정적 이유는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 일부에 처음으로 YMTC의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탑재된 데 따른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처음 애플의 YMTC 반도체 구매 가능성이 거론될 때부터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해왔는데 이제는 더욱 강력하게 YMTC 제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YMTC가 힘을 합쳐 미국의 규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간을 끌수록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여당과 야당에서 공통적으로 YMT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만큼 바이든 정부도 규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
YMTC가 미국 정부에서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되는 일은 낸드플래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전 세계 낸드플래시 출하량 상위 업체로 기술력에서도 우위를 갖추고 있었는데 YMTC의 거센 추격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었다.
YMTC가 128단 3D낸드 등 낸드플래시 핵심 기술 확보에 빠르게 성과를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해 왔고 낸드플래시 전체 업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YMTC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시장 가격보다 싸게 덤핑해 반도체 경쟁사들에 압박을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중국 반도체산업의 선봉에 서 있는 셈”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반도체 품질 기준을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이 YMTC의 메모리를 사들인다는 것은 성능을 인정했다는 의미에 해당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낸드플래시 고객사 물량을 두고 YMTC의 저가 공세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주도적으로 YMTC를 압박하는 데 앞장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하원에서도 상원과 마찬가지로 미국 상무부가 YMTC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일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YMTC를 규제 대상에 포함할 명분을 확보하려면 YMTC가 화웨이와 직접 거래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화웨이가 중간 유통사를 통해 YMTC의 반도체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난다면 미국 정부가 YMTC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만한 구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의회에서 YMTC를 압박하는 대신 애플을 상대로 중국산 반도체를 사들여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내놓을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