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다. 그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리 상무위원장은 한국의 국회의장급인 중국 정부의 고위직 인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약 40년 동안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최측근이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서로를 통해 실리를 보기도 했지만 갈등도 많이 겪었다. 보호무역주의, 미중갈등 등으로 총성 없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 중국 서열 3위의 인물이 방한했다는 점에서 미래 한중 30년의 새로운 협력문이 열릴지 주목된다.
16일 리 상무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접견한 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회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리 상무위원장은 이번에 66명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 전날 2박3일 일정으로 약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월 초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의 방중에 관한 답방 성격을 띠고 있다.
리 상무위원장은 시 주석의 심복으로 꼽힌다.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있던 시절에는 시 주석의 모든 일정을 직접 조율하고 시 주석과 관련된 모든 문건도 손수 보안 처리하는 작업을 맡았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시점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 상무위원장은 당시 중국 작은 도시의 시 위원회 서기로 있었고 시 주석도 인근 작은 도시에서 위원회 서기로 있으면서 인연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 상무위원장과 시 주석의 인연은 약 40년 동안 굳건하게 이어져 온 것이다.
리 상무위원장은 2017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됐고 다음해인 2018년에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중국 의전 서열 3위로 올라선 것이다.
따라서 리 상무위원장이 언급하는 내용은 시 주석의 의중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리 상무위원장의 이번 방한 일정에서 사드미사일(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문제와 미국 반도체 공급망 관련 주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사드미사일 문제만 짧게 언급됐다.
그 동안 한중 양국이 사드 재배치 문제를 놓고 첨예한 의견차를 보인 가운데 이번에도 의견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다.
다만 중국이 사드 사태를 계기로 내린 한류 금지령은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보인다.
리 상무위원장과 김 국회의장의 회담 뒤 공개된 공동언론발표문을 보면 “문화 및 서비스 시장을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방하기 위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을 조속히 진전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문화 콘텐츠 교류가 양국 국민, 특히 젊은 세대간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 방법이라는 점에 의견을 함께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 동안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문화 콘텐츠는 물론 화장품, 의류 등 일반 필수소비재 관련 기업까지 중국 사업에서 큰 손해를 봤다.
한류 금지령의 강도가 낮아지면 한국 기업과 제품에 관한 이미지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리 상무위원장과 김 국회의장은 특히 한중 양국 국민들이 가장 큰 갈등을 벌이고 있는 역사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김 국회의장은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역사문제로 인해 한중간 우호협력이나 양국 국민간 우호 감정이 손상되지 않도록 리 상무위원장님께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던 문화 콘텐츠, 역사 등 문제가 논의된 것은 앞으로 양국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