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부동산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아파트 매매와 분양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에 더해 공유경제 개념에 익숙한 2030세대 1인 가구 수요층을 겨냥한 코리빙 주거상품에도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SK디앤디가 서울 마포구 노고산로 57-50 일대에 조성한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신촌369'의 공용공간 웰커밍 카페 모습. 신촌은 대표적 대학가로 대학생 1인 가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공용공간도 교류활동에 초점을 뒀다. < SK디앤디 >
14일 행정안전부, 통계청 등의 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핵가족화, 고령화, 늦은 결혼과 비혼 증가 등으로 한국 가구유형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구 유형의 변화는 주거시장의 수요와 공급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부동산 매매시장에서 10평대 소형 아파트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60㎡(18.1평) 이하 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8만2764건으로 전체 아파트 거래량(15만7986건)의 52.4%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로 범위를 좁혀봐도 소형 아파트 거래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 9931건 가운데 전용면적 40㎡(12.1평) 이하 초소형아파트 거래가 234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아파트 매매의 23.5%를 차지하면서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뒤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2.13대 1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60~85㎡ 1순위 경쟁률인 10.82대 1을 앞지른 것이다.
서울로 지역을 좁히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42.81대 1로 전용면적 60~85㎡ 경쟁률(11.77대 1)의 3배를 웃돈다.
최근 건설사 아파트 입주물량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물량이 크게 줄었다.
2022년 3분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60㎡ 이하가 4만2937가구(43.9%), 60~85㎡ 이하가 5만430가구(51.6%), 85㎡ 초과는 4357가구(4.46%)로 나타났다.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85㎡ 초과 물량이 가장 적다.
소형 아파트 인기에는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금융부담을 덜 수 있는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를 찾는 투자수요도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수요시장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 통계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 주민등록가구(2347만2895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946만1695가구로 40.3%를 차지했다. 2인 가구(23.9%), 3인 가구(17%), 4인 이상 가구(18.7%)와 비교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통계청의 인구통계 자료에서도 올해 6월 기준 전국 가구 가운데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64.9%에 이르렀다.
특히 1인 가구는 2021년 6월과 비교해 43만6904명 늘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2인 가구는 18만2360명 많아졌다.
통계청은 2050년에 이르면 전체 가구의 약 76%가 1~2인 가구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계와 투자시장도 커지는 1인 가구 주거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건설사는 서울 등 수도권 도심의 2030세대 1인 가구 수요를 겨냥해 코리빙하우스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집을 지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으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코리빙은 주방, 화장실 등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에서 한 단계 나아간 공유주거 모델이다. 독립된 개인 주거공간과 업무, 휴식, 취미생활 등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 완벽하게 구분돼 있다.
SK디앤디는 코리빙하우스 사업을 활발하게 확장하고 있는 대표주자다.
SK디앤디는 올해 회사의 코리빙하우스 브랜드 ‘에피소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도현 RESI솔루션개발운용본부장을 대표이사 총괄사장에 선임했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는 분양이나 매매가 아닌 임대 형태로 운영하는 주거시설 브랜드다.
에피소드는 ‘더 나은 도시생활’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양한 생활방식을 위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앞세운 코리빙하우스다.
SK디앤디는 현재 에피소드 성수101, 성수121, 서초393, 강남262, 수유838, 신촌369 등을 비롯해 모두 3800세대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2026년까지 서울 시내에 5만 세대의 주거 클러스터를 형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내놓았다.
에피소드는 전용면적 15㎡부터 66㎡ 규모의 원룸, 투룸 형식의 개인 주거공간과 각 지역 입지와 특성에 따른 공용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오피스 권역인 강남에서는 공유 오피스, 큐브 회의실, 화상회의 공간 등 업무공간 위주로 특화했고 서초는 반려동물시설, 피트니스룸, 쿠킹클래스 등의 활동 공간을 갖추고 있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는 집을 ‘소유’하는 게 아닌 임대, 공유의 개념에 초점을 맞춘 만큼 가구와 가전 구독서비스부터 청소, 세탁, 짐 보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구, 가전 구독서비스의 경우 브랜드 55곳의 제품 400여 가지를 제공하고 구독서비스 사이트별로 평균 이용률도 20~3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에피소드는 MZ세대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오피스텔과 같은 획일화된 거주 위주의 공간이 아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할 수 있는 주거+서비스 개념의 공간 서비스 사업”이라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도곡로 23길 33 일대에 위치한 리베토코리아의 코리빙하우스 커먼타운 트리하우스에는 반려동물 가구를 위한 전용 놀이공간과 목욕실 등이 공용공간으로 마련돼 있다. <리베토코리아 홈페이지>
코오롱글로벌도 종합주거솔루션 자회사 리베토코리아를 통해 코리빙하우스 브랜드 커먼타운을 운영하고 있다.
커먼타운은 신도림081점을 포함 서울 한남과 압구정, 강남, 역삼, 이태원 등 주요지역에서 코리빙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커먼타운도 SK디앤디의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지역 특성과 수요를 살린 특화된 공용공간으로 일반 오피스텔 등과 구분된다.
이를테면 이태원과 후암동의 커먼타운에는 스타트업 창업에 특화된 공용공간과 라운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도 코리빙분야 기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리빙하우스 홈즈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종합 부동산스타트업 홈즈컴퍼니는 올해 4월 125억 원 규모의 시리즈B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자였던 우미건설과 신한캐피탈에 더해 건영, DA밸류인베스트먼크, 빅베이슨캐피탈 등이 투자에 합류했다.
홈즈컴퍼니는 2017년 홈즈스튜디오 브랜드를 론칭해 역세권 중심으로 독립된 주거공간과 공용라운지를 제공하는 코리빙하우스를 선보였다.
홈즈컴퍼니는 2021년에는 여의도, 을지로, 남산 등 서울 주요지역에 2천실 규모의 대규모 생활숙박시설 운영권을 확보했고 앞으로 도심을 벗어난 교외형 코리빙타운 ‘코빌리지’ 등으로 코리빙하우스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