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거나 이를 거래에 활용해 본 인구 비중이 14%에 그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그래픽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신규 투자자가 시장에 유입되는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가상화폐 투자 또는 이용 경험이 없는 인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대중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5일 “가상화폐 업계의 적극적 마케팅과 홍보는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대다수의 미국인은 가상화폐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장 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최근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약 6천 명의 응답자 가운데 16%만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가상화폐를 거래에 활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9월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도 투자나 활용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중은 16%에 그쳤다.
당시 설문조사가 진행된 뒤 가상화폐 시세가 사상 최고점을 기록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및 투자기관의 신규 투자자 유입을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는 의미다.
퓨리서치는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중이 전혀 늘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적 결과”라며 “신규 투자자를 시장에 끌어들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크립토닷컴과 FTX, 코인베이스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광고 단가가 가장 비싼 ‘슈퍼볼’ 대회에 신규 투자자 유입을 유도하는 영상광고를 송출했다.
이들 거래소가 30초 분량의 슈퍼볼 광고에 들인 금액은 각각 650만 달러(약 8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다양한 TV 광고와 옥외광고, 신규 가입자 대상 혜택 등 다양한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들인 마케팅과 홍보 비용은 상당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약 84%에 이르는 대다수의 인구는 가상화폐 투자나 거래를 시도해보지 않은 셈이다.
설문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표본 차이와 오차를 고려하더라도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로 분석된다.
퓨리서치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다양한 뉴스 및 홍보활동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근본적 가치에 대해서 아직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반드시 진실을 대답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전문 조사기관 오앤다 소속 연구원은 퓨리서치의 분석을 비판하며 “주변에 변호사와 의사, 간호사, 교수 등 다양한 배경의 인물이 2022년 초부터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모습을 봤다”는 의견을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그러나 퓨리서치 측은 설문조사 응답자를 선정할 때 성별과 소득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평균을 맞추는 데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며 “코인베이스의 활성 이용자 수도 이미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50대 이상 인구의 비중은 30대 미만 인구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남성 인구의 수는 여성의 2.5배에 이른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특정 연령대와 성별에 몰려있다는 점은 그만큼 가상화폐가 사회 전반에 대중화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오앤다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다면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