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의존도를 무기로 삼아 압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중국 우시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에서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무기로 삼아 압박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격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중국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회유와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논평을 내고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중국과 관련해 근거 없는 두려움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기업이 앞으로 미중 갈등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해 중국에 반도체사업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우려하는 분석을 내놓았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해 1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공장에서 생산해 현지 고객사에 공급하는 물량까지 포함한다면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대한상의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의존을 무기화할 가능성에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한 데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이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는 점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하는 반도체 국가 연합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공장 투자에 적극적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신 중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지금과 같이 지속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기업이 미국의 뜻에 따라 중국에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낸다면 중국 정부가 이에 반발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지원을 확대해 한국 반도체 수입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중국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보복조치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다만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중국시장 의존을 이용해 타격을 입히려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두 국가가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대량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복에 나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한국도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나 기관이라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을 무기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며 “한국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기업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맞춰 결정을 내리기보다 자국과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중국과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권고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에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일은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기업이 중국에 의존을 낮추려 한다면 결국 세계시장에서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8월 말 미국과 일본, 대만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칩4 예비회의 참석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 반도체기업의 중국사업과 관련한 내용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앞세우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갇혀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객관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