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대만 TSMC의 벽을 넘는 데 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앞섰지만 충분한 설계능력을 확보하지 못해 TSMC와 맞경쟁하기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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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일 “대만 TSMC의 16나노 공정 가동률이 100%에 가까워질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그래픽카드업체들의 주문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카드 개발업체인 엔비디아와 AMD 등은 소니와 HTC 등 세계 전자업체들이 고성능 가상현실기기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 대응해 그래픽반도체의 위탁생산 주문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고성능 가상현실기기는 일반적인 콘텐츠보다 훨씬 많은 양의 그래픽정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높은 그래픽카드의 탑재가 필수요소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그래픽카드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 연구원은 “가상현실시장의 개화가 빨라지며 그래픽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TSMC가 위탁생산을 대부분 담당하며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업체인 TSMC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력에서도 14나노 규격을 양산하고 있어 TSMC의 16나노보다 앞서있다.
하지만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미세공정에서 앞섰지만 TSMC가 갖춘 반도체 설계기술능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직접적인 경쟁보다는 기술력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TSMC는 애플의 아이폰7에 탑재되는 차세대 AP(모바일프로세서)의 생산량도 전량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6S에서는 삼성전자가 절반 정도를 생산해 공급했는데 물량을 빼앗긴 것이다.
하지만 도 연구원은 “아이폰7의 출하량 기대가 크지 않아 TSMC의 실적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삼성전자가 가상현실시장의 성장에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판매를 늘리며 수혜를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