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0억8916만7천 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상반기에 받은 보수다.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은 36억3500만 원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은 34억8400만 원을 각각 상반기 보수로 수령했다.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는 올해 상반기에 보수로 각각 50억 원, 36억 원가량을 받았다. 사진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증권가를 포함해 금융권 전체로 눈을 돌려봐도 이들만큼 많은 보수를 받은 최고경영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증권업계는 본래 성과주의로 유명하다.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 증시 부진의 영향으로 대부분 실적이 뒷걸음질했는데 어떻게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은 수십억 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은 것일까?
17일 금융권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내놓은 2022년 반기 보고서를 종합하면
정일문 사장이 상반기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50억8916만7천 원이다. 증권사를 뺀 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많이 받은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의 상반기 보수 25억3200만 원보다도 무려 25억 원이나 많다.
현직 최고경영자를 기준으로 금융지주와 은행을 통틀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이는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상반기 보수는 13억3600만 원이다.
금융지주 회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7억7400만 원을 받아 보수가 가장 많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5억 원 미만으로 보수가 가장 적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상반기 보수가 5억 원을 넘지 않았다.
보험업계에서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20억3540만 원을 받아 업계 보수 순위 1위에 올랐다.
정 사장이 금융권 통틀어 ‘연봉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증권업 특유의 고위험성 및 증권업계에 자리잡혀 있는 ‘성과주의’와 관련이 커 보인다.
일단 정 사장의 보수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정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급여 4억2440만 원, 상여 46억6476만7천 원으로 구성되는데 사실상 상여에 포함된 성과급이 46억5940만9523원으로 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올해 상반기 성과는 정 사장의 이번 보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과 2019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산정한 성과급의 일부를 올해 상반기에 지급했다.
해마다 성과급이 발생하면 다음해에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서 나눠 주는 것으로 이번 상반기에 지급된 성과급에는 과거에 발생한 뒤 나뉘어진 여러 해의 성과급이 합해져 있다. 이런 방식을 이연성과급 제도라고 한다.
결국 정 사장은 이와같은 이연성과급 제도 덕분에 올해 상반기 금융권 전체 ‘연봉킹’에 오른 것인데 이는 증권업 특유의 고위험성과 관련이 있다.
이연성과급 제도는 금융투자회사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때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해 성과급의 상당 금액을 수년 동안 연기해 지급하는 제도다.
성과급을 한꺼번에 주면 임직원들이 단기성과에 눈이 멀어 증권상품을 무분별하게 파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성과급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데에는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이 단기간에 받을 돈을 다 받고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일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 받을 돈을 남겨두는 방식인 셈이다.
증권사 최고경영자들의 연봉에서 성과급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다른 업종 최고경영자와 다른 증권사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비교해 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당장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커머셜 부회장의 보수만 살펴봐도 급여가 17억4500만 원, 상여가 11억6300만 원으로 급여가 더 크다.
반면 증권가 ‘연봉 2위’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 사장의 연봉에서는 이연성과급 제도에 따라 책정돼 받은 성과급이 34억8100만 원으로 보수의 95% 비중을 차지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보수의 76%인 26억5천만 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올해 증시 둔화로 상반기 증권사 실적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았는데 이러한 영향도 이연성과급 제도 속에 포함돼 책정되기 때문에 당장 올해 안 좋은 성과가 내년 보수에 전부 반영돼 성과급이 모두 없어지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