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심사에 또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온 현대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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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원 신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
SK텔레콤은 현 수석의 임명이 향후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 수석은 2015년 3월부터 KT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현 수석은 3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SK텔레콤을 ‘황소개구리’에 비유했다.
그는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방송통신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할 황소개구리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방송통신 시장은 급격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수석은 “(정부에서) 합병승인을 해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저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1인 시위를 해서라도 이 일을 막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수석은 5월 한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에서 “기존 유료방송 가입자에 SK텔레콤의 모바일 가입자까지 합친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출현하면 궁극적으로 방송산업 전반의 소유 다양성이나 콘텐츠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 선택 제한과 요금인상, 중소 방송프로그램 제작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 등 각종 폐해가 곳곳에서 생겨날 것”이라며 “무엇보다 통신재벌인 SK텔레콤의 이익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현 수석은 한국영상자료원 이사, 한국디지털콘텐츠전문가협회 회장, 디지털콘텐츠산업포럼 의장 등을 역임한 디지털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 참여하면서 현 정권과 인연을 맺었는데 한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현 수석이 균형된 시각으로 미래 방송통신산업의 큰 방향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쟁사 사외이사 출신 인사가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 임명된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SBS 출신이라는 점도 SK텔레콤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업체는 물론이고 방송계도 반대하고 있는데 SBS는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8일이면 인수합병 심사를 신청한 지 200일이 된다”며 “자꾸 시간이 지연되면서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수심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는 점을 들어 이번 인수가 사실상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얼마 전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에게 조속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당부까지 했다”며 “이런 가운데 청와대 홍보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이 모두 ‘합병반대파’로 짜여진 것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 수석이 과거에 이번 인수에 대해 반대했다고 해도 공인의 자리에 오른 이상 처신이 더 신중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