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을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의 자산규모를 현행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사전 규제를 받는 대기업집단 수는 65개에서 28개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모두 32개 법령, 78개의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 가운데 규제를 의식해 성장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계는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기준 변경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본다. 두 회사는 기존에 벤처기업으로 분류돼 사업추진에서 수혜를 누려왔다.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지난 4월 나란히 대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올해 로엔 인수를 통해 자산총액이 5조83억 원에 이른다.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면서 O2O(온라인 오프라인 연계)사업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하반기 미용실 예약서비스 카카오헤어샵, 가사도우미 서비스 카카오 홈클린을 내놓는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사업도 대기업집단 족쇄가 풀리면서 추진이 원활해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현행 은행법상 대기업의 경우 은행지분을 총 4%까지만 소유하도록 제한돼 있어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카카오는 "정부와 공정위의 신속한 추진으로 대기업 지정에서 해제됐다"며 "모바일 산업 혁신을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도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에 따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4월 기준 자산총액이 5조8550억 원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R&D 투자가 많고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지정 해제에 환영한다"며 "지난 4월 대기업에 지정된 후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서 계열사간 채무보증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셀트리온은 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4천억 원 가량의 차입금에 지급보증을 섰다.

램시마 등 주력제품의 해외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도 해외 판매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제품의 판매를 독점하고 있어 대기업집단의 경우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번에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상향하더라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사익편취 규제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예외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밖에 하림그룹, 하이트진로, 이랜드 등 대기업집단에서 빠진 기업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간기업 가운데 10조 원 미만 기업은 하림, KCC, 케이티앤지,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보험, 한국투자금융,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지엠,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서울메트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셀트리온, 하이트진로, 삼천리, 부산항만공사, 한솔,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 28곳이다.

공기업으로 10조 원 미만인 곳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S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석유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9곳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