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8-12 13: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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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경영행보가 더욱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미뤄왔던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다시 추진하고 반도체 투자 확대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정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되면서 삼성전자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통해 “경제 활성화 통한 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경제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특별 복권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특별 복권은 15일부로 발효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8월 가석방됐고 최근 형기가 최종 만료됐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5년 동안 삼성전자 내 취업이 제한되고 해외 출장을 가려면 법무부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이번에 8·15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경영족쇄를 풀게 됐다.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움직임도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 뒤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손을 놓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 124조2067억 원을 보유하고도 6년이란 긴 세월 동안 미래 성장을 위한 움직임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애플은 1955억 달러(약 234조4045억 원), 알파벳(구글)은 1355억 달러(약 162조4645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 가능한 기업으로는 세계 자동차 반도체업계 1~3위 기업인 NXP,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미국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 온세미컨덕터 등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와 같이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ARM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가 아닌 로봇 등 다른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올해 초에는 유진로봇, TPC, 스맥, 에브리봇, 퍼스텍, 휴림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 티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업체들의 주가가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추진 기대감에 급등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7월21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통해 5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340조 원을 투자하고 10년 동안 반도체 인력 15만 명을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 기업과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또 미국 정부가 최근 한국의 ‘칩(Chip)4 동맹’ 참여를 권유하는 등 외교 문제에 있어서도 반도체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민간 외교관'으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5월 삼성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안내하며 이미 민간 경제외교관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복귀나 회장 취임 시점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0월 말 사내이사 임기를 마친 뒤 재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6월 기준 부회장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미등기 임원인 탓에 보수도 받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인 탓에 책임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복권이 이뤄진 만큼 2023년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회장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에 보고, 의결하는 방식으로 맡아 취임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르면 올해 안에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회장 취임은 부담스러운 결정일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회장 취임은 예전부터 나오던 이야기로 시급히 결정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사면·복권됐다 하더라도 아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판으로 매주 법원에 출석하고 있어 운신의 폭은 여전히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