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바백스가 2분기 코로나19 백신 판매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노바백스와 백신 종류, 시장 등에서 공통점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사업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뒤늦게 진입한 미국시장에서 경쟁에 시달리는 가운데 핵심 수요로 여겨지던 중저소득국가 물량은 ‘백신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축소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노바백스처럼 중저소득국가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추진하고 있어 노바백스의 부진이 남 일 같지 않게 됐다.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는 2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감소했다고 현지시각 8일 밝혔다.
노바백스 매출은 3억 달러에서 1억9만 달러로 줄어들었고 순손실 규모는 3억5천만 달러에서 5억1천만 달러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최대 50억 달러였던 연간 매출 전망치는 20억~23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뉴백소비드’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노바백스는 주요 수요처인 미국에서 최근에야 뉴백소비드의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경쟁기업보다 한참 뒤처졌다. 뉴백소비드 접종 대상인 미국 성인층은 이미 77%가량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마쳤다.
결국 노바백스는 백신 승인 후에도 의미 있는 수요를 끌어내지 못했다. 당초 올해 백신 1억1천만 도즈(1회 접종분)를 미국에서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현재까지 확보한 수주는 320만 도즈에 불과하다.
다른 대형 시장인 중저소득국가 쪽도 상황이 좋지 않다. 당초 글로벌 백신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백신 약 3억5천만 도즈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백신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주문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CEO는 “코백스와 관련한 백신 공급이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코백스가 중저소득국가 백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와 다른 백신기업으로부터 백신을 주문할 필요가 제한됐다”며 “올해 미국이나 코백스에서 추가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바백스의 이같은 실적 부진을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사업 역시 순조롭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뉴백소비드와 유사한 합성항원 백신 GBP510(제품이름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해 최초의 국내 개발 코로나19 백신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 영국, 유럽 등에서도 허가절차를 밟고 있고 더 나아가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도 추진해 코백스 백신 공급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가 선택한 합성항원 백신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오랫동안 사용된 백신 형태라 장기적 안정성이 입증됐다. 또 상온 2~8도 냉장 보관이 가능해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mRNA 백신보다 중저소득국가에서의 유통에 유리하다.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했다는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공통점이다. 전염병예방혁신연합은 코백스에 참여하는 국제기구 중 하나로 다양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상업화에 성공하기만 하면 코백스를 통해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해서 나왔던 까닭이다. 그러나 노바백스의 이번 실적발표는 코백스에 공급될 SK바이오사이언스 GBP510의 물량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백신의 추가적인 개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 모두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 용도 승인, 오미크론 변이용 백신 개발 등을 추진하는 중이다. 다만 두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백신기업들도 비슷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실제로 얼마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시장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코로나19 백신의 해외 매출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국, 유럽,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GBP510의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코로나19 하위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백신기업 주가가 상승했지만 백신 수요를 고려할 때 실적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