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이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방준비제도는 현지시각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이은 두 번째 자이언트스텝이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에서 2.5% 사이로 조정됐고 현재 2.25%인 한국 기준금리를 추월했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큰 폭의 추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며 “이는 현재부터 그때까지 얻은 데이터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방준비제도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0.7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어 이 총재가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에서 한국은행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최대 1.4%포인트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02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월별자료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적정 기준금리 차이는 최소 0.53%포인트로 추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적정수준이 될 때까지는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며 “연말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가정할 때 한국은행이 두 나라간 적정금리 차이를 맞추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를 3.6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발생한 상황이라 이를 방어하기 위해 다음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아직까지는 0.25%포인트 수준의 단계적 기준금리 인상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고 올해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 정점을 찍고 완만하게 안정세에 접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영경 금융통화위원도 27일 열린 한국은행 특강에서 “현재로서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추가적으로 발생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한다고 밝힌 이 총재의 입장과 다르게 생각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가 의도하는 점진적 금리인상은 물가 상승률이 3분기와 4분기에 안정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포함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 환율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
이 총재는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뒤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회의 때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