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방문했다. 사진은 최 회장이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는 모습. <대한상공회의소>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바이오팜 미국법인을 찾아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SK그룹이 바이오를 포함한 주력사업에 대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뒤 약 2달 만이다.
SK그룹은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백신 분야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의약품 위탁생산 쪽에서는 SK팜테코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전문인 신약개발에 대해서도 최 회장의 관심을 계기로 구체적 투자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올라 SK바이오팜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에 들렀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의 이번 SK라이프사이언스 방문은 SK그룹이 초대형 투자를 예고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BBC) 등 그룹 핵심사업에 2026년까지 247조 원을 투자한다고 5월 밝혔다.
이 중 바이오와 기타사업 몫은 12조7천억 원 수준으로 전체 계획과 비교해 비중 자체는 작다.
그러나 SK그룹 바이오사업 규모가 아직 반도체, 배터리를 비롯한 대형 제조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과감한 투자가 계획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구체적 투자 대상을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47조 원 투자계획을 내놓을 당시 “바이오 분야는 뇌전증 신약과 코로나19 국내 백신 1호 개발 신화를 이어갈 후속 연구개발비와 의약품 위탁생산시설(CMO) 증설 등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SK그룹 바이오사업 중 백신과 의약품 위탁생산 분야는 최근 이런 투자방안의 윤곽이 상당부분 드러났다.
국내 기업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허가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 백신 공장 증설, 송도 연구 및 공정개발(R&PD)센터 등을 위해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기술 확보, 해외 백신 인프라 구축에도 자금을 쓰기로 했다.
의약품 위탁생산 전문법인 SK팜테코는 SK바이오텍, 프랑스 이포스케시, 미국 CBM과 앰팩(AMPAC)을 비롯한 여러 자회사의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중이다. CBM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생산시설 증설에만 최소 수억 달러 수준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신약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과 관련해서는 아직 이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최 회장의 SK라이프사이언스 방문이 단순한 현지 법인 점검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SK바이오팜이 다른 SK그룹 바이오 계열사들처럼 수천억 원 단위 투자에 나설 경우 전문 분야인 중추신경계질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모색할 공산이 크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상용화한 데 이어 뇌전증의 일종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마이크로RNA(miRNA) 기반 뇌전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주회사 SK와 함께 미국 디지털 치료제기업 칼라헬스에 투자해 뇌전증 발작 감지장치를 개발하는 중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를 전담하는 한편 카리스바메이트, 표적항암제 ‘SKL27969’ 등 다양한 신약의 임상을 맡고 있어 향후 해외에서 SK바이오팜 신규 투자의 거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를 찾은 후 여전히 미국에 머무르면서 바이오 이외에 다양한 사업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각 26일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으로 미국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