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가장자산과 관련된 외환 이상거래의 정황이 포착되면서 은행의 사고예방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2곳에서 발견된 외환 이상거래 가운데 일부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2곳 은행을 통해 외환거래법 위반이나 대규모 자금세탁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된 거액의 외환 이상거래 정황의 일부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본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외환 이상거래 정황이 포착됐을 때부터 가상자산과 관련한 거래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 외환거래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한 차익실현 창구로 쓰이는 일이 그동안에도 종종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통 해외보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등이 비싼 값에 거래되는데 시중에서는 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며 외국에서 코인 등 가상자산을 사고 국내에서 비싼 값에 파는 방식으로 대규모 차익을 실현한 뒤 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는 외국인 61명이 가상자산 외환거래를 통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한 뒤 마련한 자금을 아파트를 불법 취득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의 조사가 아직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자상자산 거래를 통해 마련된 자금이 다양한 분야에서 불법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2주가량의 수시검사 기간을 연장해 외환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계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직원들의 자금세탁 방지법 및 외환 거래법 위반 여부 등도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결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번 외환 이상거래에 직접적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상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은 시급해 보인다.
외환거래는 절차가 복잡하고 특히 가상자산 외환거래는 법적 제도도 미비해 2곳 은행이 이를 감지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는 있지만 규모가 정상적 외환거래로 보기 힘들 정도로 워낙 큰 데다 은행이 이를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금융권 일각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파악된 외환 이상거래 규모는 모두 2조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이 8천억 원대, 신한은행이 1조 원대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직원 횡령사건으로 이미 사고예방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단순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사건이 한 번 정도 발생했을 때야 직원의 개인적 일탈 등에 따른 예외적 사건으로 취급할 수 있겠지만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지 않느냐는 것이다.
올해 4월 우리은행에서 직원 A씨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회삿돈 600억여 원을 횡령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어 5월에는 신한은행 직원 B씨가 시재금 약 2억 원을 횡령한 정황이 파악됐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시스템 재정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15일 워크숍에서 “상반기 양호한 재무실적을 거두는 등 좋은 성과가 많았지만 고객 신뢰에 상처를 입은 아쉬움도 컸다”며 “물이 바다라는 목표를 향해 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그 웅덩이를 채우고 다시 흐른다는 맹자의 ‘영과후진’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부족했던 점을 확실히 재정비하고 하반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자”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내부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중점 과제로 공유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신한은행 임원들은 15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고물가·경기둔화 우려 시기에 고객보호 강화 △내부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선도 등을 하반기 경영 이슈로 보고 이와 관련한 미래전략을 내세웠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