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기자 uknow@businesspost.co.kr2022-07-19 15: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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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을 위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등 인프라 구축과 함께 디지털 전략을 짜고 운영할 디지털 인력 수급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 핀테크 기업들도 디지털 인재를 계속 찾는 데다 금융업이 아닌 다른 산업의 기업들도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외부 영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 우리금융그룹이 15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진행한 'Woori Digital Academy' 수료식 기념사진. <우리금융그룹>
1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계속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갈 디지털 인력을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키워내기 위한 방안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을 비롯한 8개 계열사 151명의 직원을 숭실대와 연계한 교육과정 ‘우리 디지털 아카데미'에 참여하도록 했다. 교육과정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에 관한 7개 과정으로 구성됐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경쟁이 치열해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며 “교육과정을 통해 우수한 디지털 전문 인력을 양성해 그룹차원의 디지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디지털 인재양성 아카데미인 ‘잇츠 유어 라이프(IT’s Your Life)’ 2기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IT금융의 기초 소양과 금융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KT와 손잡고 금융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공지능(AI) 인재 육성 협약을 맺었다. 미래 사업 추진을 위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내부에서도 확보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하나은행도 올해 디지털 교육을 담당할 전문교육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카이스트와 내부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디지털 워리어 프로그램(Digital Warrior Program)’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조수연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화가 본격화함에 따라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은행은 그 특유의 보수적 문화 때문에 디지털 격차가 다른 산업보다 심하다”며 “기존 은행 직원의 재교육을 통해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며 경쟁력을 높일 인사제도와 문화 재정비까지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경쟁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지만 이 인프라와 관련된 전략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디지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고 갈수록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중은행들은 자산관리, 부동산, 마이데이터, 인증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디지털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모두들 새로운 목표에 디지털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해외 은행들도 디지털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간신히 확보한 디지털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디지털 인력을 잡아놓기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6월 내놓은 ‘글로벌 은행들의 인재확보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은행권에서 디지털 인재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HSBC, 바클레이즈 등에서 핀테크 등으로 약 300명의 디지털 직군 인원이 이직했다. 2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 레이크(대량 데이터 집중 저장소), 마키(전자트레이딩 플랫폼), 마커스(리테일금융 플랫폼) 등 디지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서비스를 운용할 디지털 인력의 유출을 막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젊은 디지털 인재들이 선호하는 인사 관련 시스템을 조사한 뒤 IT와 핀테크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무제한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무급휴가 제도 확충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JP모건도 지난해 영국에서 디지털 은행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신규 데이터센터에 20억 달러(약 2조6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디지털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 인재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JP모건은 최근 1600명의 디지털 전문 인재 채용에 나섰고 내부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직원 교육 등 디지털 교육도 강화해 인재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은행업 전반의 인력 축소 움직임에도 디지털 업무 등에서는 인재확보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력 있는 보상과 근무여건 정비, 사내교육 강화 등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려는 해외 은행의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