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충당금 확대 부담을 이겨내고 분기배당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분기배당 카드를 꺼내든 만큼 앞으로 외국인 주주 등의 안정적 투자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정책인 분기배당의 안착을 위해 2분기 배당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리스크를 대비한 충당금을 늘렸음에도 순이익 감소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2분기 배당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다만 금리상승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잔치'까지 추진하냐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13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분기에 순이익 1조3602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2분기보다 12.66% 증가하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7.10% 감소하는 것이다.
KB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이 1분기보다 줄어든 원인으로 충당금 적립액 증가가 꼽힌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2분기 충당금 추정치는 3430억 원으로 1분기 1300억 원과 비교해 무려 164%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2분기 충당금 규모가 1분기와 비교해 2천억 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순이익 추정치는 약 1천억 원만 감소하는 데 그치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금융지주를 향해 자본건전성 제고를 위해 충당금을 늘리라는 압력을 가하면서 금융지주들이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KB금융지주가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폭 늘리는 것에 비해 순이익 감소가 크지 않은 점은 분기배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그동안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폈고 배당성향 30%를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며 상황에 따라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에 접근해 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지주가 많은 충당금을 쌓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해 처음 실시한 분기배당을 안착시키고 배당성향 30% 달성을 위해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는 4월 이사회를 열어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고 창사 이후 처음으로 주당 500원의 분기배당을 결의했다. 연말배당을 제외하고 분기마다 균등배당을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2분기에도 1분기와 동일한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다면 배당금 총액은 1948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순이익 추정치에서 예상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32%다.
1분기 13.31%보다 증가하지만 앞서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배당을 제한했을 때 권고했던 '배당성향 20% 이하'의 기준은 넘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따른 배당제한 권고 기간이 지난해 6월 종료됐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어 각 은행의 자본건전성시험(스트레스테스트)을 위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이 스트레스테스트의 결과를 가지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배당 확대 기조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KB금융지주의 실적 추정치를 보면 이를 살짝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뿐만 아니라 은행의 '이자장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해 KB금융지주가 배당확대를 두고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가계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이제 은행이 '배당잔치'까지 벌인다고 보는 여론 악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배당 권리주주 확정 위해 6월30일을 기준일로 주주명부를 폐쇄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의 분기배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주명부 폐쇄가 확정적 배당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2분기 실적이나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