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동대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지구에게 아름다운 패션쇼' 행사 도중 기습시위를 벌인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한 다음 대선주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 시장은 임기 초부터 사회적 약자 지원에 무게를 두는 차별화한 행보로 중도층을 겨냥한 지지 세력 확보에 나섰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서울시정 철학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4선 임기를 시작한 뒤 관련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1일 취임사에서 “약자와 동행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제가 서울시장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이자 제 평생의 과업이다”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취임 초부터 약자, 청년, 가족 지원 등에 중점을 두고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가 7일 발표한 조직개편안에는 시장 직속으로 해당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약자와의동행추진단’을 국 단위로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취약계층 4대 정책’ 추진을 위한 전담 부서인 △복지정책실 안심소득추진과 △주택정책실 주거안심지원반 △평생교육국 교육지원정책과 △시민건강국 공공의료추진단도 새롭게 출범한다.
약자와 동행 정책은 기존
오세훈표 공약이라 할 수 있는 민간주도 재건축, 재개발 추진 등 공약들 속에서 눈에 띈다. 일반적 보수 여권의 정책 기조와도 다른 부분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6월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나란히 15% 지지율을 얻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다른 잠룡들과 달리 시장직에 있는 오 시장의 대선을 위한 중요 과제는 시정에서의 뚜렷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4선이라는 기간에 걸맞는 성과가 필수적이다.
오 시장이 약자와 동행이라는 차별적 정책을 통해 '강남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구체적 성과를 낸다면 서민친화적 이미지로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여권 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오 시장의 첫 서울시장 임기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디자인 서울’이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빛섬 등이 그 일환으로 건설됐고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시작해 한강공원 주변을 꾸미는 작업이 시행됐다.
서울시가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디자인 창의도시’에 지정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후 사상 첫 재선 서울시장이 되며 대선주자 반열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세입자를 위한 정책은 전무했고 임기 중 용산참사가 터졌다.
재개발에 밀려난 일부 철거민들은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망루를 짓고 버텼다. 경찰이 2009년 1월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오 시장의 대응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그가 “용산참사가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 때문에 발생했다”고 발언한 것 등이 문제가 됐다.
오 시장은 이후 2011년 서울시의회의 초등학교·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추진에 반대하다가 시장직을 걸고 표결에 부쳤던 주민투표에서 신임을 얻지 못한 뒤 서울시장에서 사퇴하면서 정치인으로서 10년 암흑기를 겪게 됐다.
당시 보수진영은 ‘이건희 회장 손자까지 공짜로 밥 먹여줄 거냐’며 보편 복지를 반대했다. 오 시장도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 무상급식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으나 시장 자리를 잃게 되면서 복지 이슈는 그에게 아킬레스건이 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4·7 보궐선거 때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오 시장을 승리로 이끈 것도 중도 표심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 시장으로서는 중도의 중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체험한 셈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보수 아니면 진보이고 짜장 아니면 짬뽕”이라며 “중도라는 이념은 없다”고 할 때 오 시장은 “나는 중도 확장성이 있는 볶음밥”이라며 자신이 보수는 물론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나 전 의원한테 밀릴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오 시장이 최종 후보로 선택됐다.
보궐선거 본선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대결할 때도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서울시장이라는 '도드라진' 자리를 되찾은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통해 대권을 향한 기반을 닦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정책은 부동산 등 그가 내세운 공약들보다 비교적 빠른 성과를 내기에 용이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오 시장의 행보가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 부진 속에서 효과를 거둘지도 주목된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5~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응답자의 59.6%가 부정평가를, 37.6%는 긍정평가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성향별로는 중도층에서 부정평가가 60%를 넘었다.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46.2%, 국민의힘 37.9%, 정의당은 3.7% 등으로 조사돼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낫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