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LG전자 베스트샵 매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은 준 것 같아요.”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입점한 가전매장에서 만난 매장 직원이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점차 지갑을 닫으면서 특히 TV나 가전, 스마트폰 등 구매를 미뤄도 되는 전자제품 판매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8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사업부문별 상세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모바일과 TV 등 전자제품의 판매량이 1분기와 비교해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6100만 대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1분기보다 17% 감소한 것이다. TV 판매량도 약 21% 감소했을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봐도 전자제품 수요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5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600만 대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최근 10년 동안 스마트폰 월판매량이 1억 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수요가 줄었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 이사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스마트폰을 포함해 새 전자제품 구매를 연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도 신흥국의 소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량 조정과 재고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6월부터 스마트폰 생산량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간 생산량도 3억3천만 대 내외에서 2억8천만 대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올해 TV 생산량 목표치를 2400만 대에서 2100만 대로 내리고 올레드TV 생산량도 줄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카타르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있음에도 TV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2년 전 세계 TV 출하량을 2억879만4천만 대로 전망했다. 2021년 출하량과 비교하면 474만3천대 가 감소한 것으로 2010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재고관리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제품을 만들었지만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아놓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는데 기업은 이를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22년 1분기 재고자산평가손실이 2021년 1분기보다 모두 28%씩 증가했다. 2분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재고회전일수는 평균 94일로 일반적 수준보다 2주가량 늘어났다.
재고회전일수란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간이 늘어날수록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증가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재고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에 쓰이는 부품 주문을 대폭 축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일본 니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는 여러 공급업체에 부품 출하를 연기하거나 줄일 것을 요청하는 통지서를 보냈다”며 “한 공급업체는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라 7월 한 달 동안 기존에 계획하던 출하량을 50% 축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비심리 위축에 대응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고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8월 갤럭시Z폴드4를 출시하는데 예상 판매량은 전작의 2배 수준인 1500만 대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FE(팬에디션)까지 단종하며 폴더블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레드TV와 LG 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요 회복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LG전자는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가전 위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판매가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