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행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하며 2021년 자기자본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며 성공하지 못했다.
박 행장이 올해는 자기자본이익률 1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박 행장이 올해 목표로 한 자기자본이익률 10% 달성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수익성 개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SC제일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은 박 행장 취임 이후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꺾였다.
SC제일은행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박 행장이 취임한 해인 2015년 자기자본이익률은 -5.77%을 보였다. 하지만 2016년 흑자로 전환하며 4.91%로 뛰었고 이후 2017년 5.85%, 2018년 4.64%, 2019년 6.97% 등 안정적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이후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게 발생하며 다시 5%대로 내려왔고 2021년에는 2.47%까지 낮아졌다.
자기자본이익률은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금융업계에서는 자기자본이익률 10%가 글로벌 수준의 성과를 내는 금융사의 기준처럼 여겨져 주요 금융사 대표들은 자기자본이익률 10%를 주요 목표로 삼는다.
지금껏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이 공식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자기자본이익률이 10%가 넘으면 외국인투자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는 KB금융 9.8%, 신한금융 8.4%, 하나금융 9.8%, 우리금융 10.0% 등 모두 자기자본이익률이 10%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박 행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대표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익성 수준을 올해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박 행장은 1979년 제일은행에 입사한 뒤 줄곧 제일은행에서 일한 SC제일은행맨이다.
2015년 처음 SC제일은행의 행장에 오를 때도 당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었던 사명에 ‘제일’을 넣게 해주면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할 만큼 토종 브랜드 ‘제일’과 회사에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취임 이후 임직원 희망퇴직 등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약속대로 2016년 순이익 2245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20년까지 매년 2천억 원대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과 1회성비용인 희망퇴직비용 2527억 원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128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1회성 비용을 크게 반영한 만큼 올해는 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실제 1분기 실적이 크게 늘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 1551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51%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은 금리 상승과 인건비 절감 효과, 영업기반 강화를 통한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 덕분에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리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커지면서 순이자마진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박 행장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기 위한 효율성 강화 작업에 더욱 힘을 실을 준비도 하고 있다.
자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발급 중단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행장은 올해 11월부터 자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신규·갱신·추가·전환 발급을 중단하고 대신 전업카드사와 협업한 제휴카드를 선보여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4월 현대카드와 금융상품,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십도 맺었다. 현대카드 혜택과 SC제일은행의 금융서비스를 담은 제휴카드는 올해 하반기 나온다.
핀테크 기술을 통해 SC제일은행의 효율성을 올리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핀테크는 모바일, 빅데이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첨단 정보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의 변화를 이끌어 금융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진다.
박 행장은 평소 ‘핀테크 전도사’라고 불릴 만큼 IT(정보기술)와 금융의 통합을 강조해왔다.
SC제일은행은 최근에도 ‘2022년 SC제일은행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열고 향후 디지털시스템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할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SC제일은행이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SC제일은행은 2020년에도 핀테크업체 토스와 협업해 시중은행 최초로 카카오페이 인증을 모바일뱅킹 인증수단으로 추가하며 은행권 최초의 위탁심사 대출상품인 ‘SC제일토스소액대출’ 서비스 등을 출시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용카드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기로 했다”며 “향후 카드부문의 수익성을 높이고 핀테크 역량을 강화해 고객에게 더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