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기자 wooklee@businesspost.co.kr2022-07-05 08: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발생 3년 만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는 손을 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에 이어 종근당과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종근당은 7월1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던 '나파벨탄'의 임상3상을 자진 중단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4월 중증의 코로나19 폐렴 환자에 나파벨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3상에 진입했다. 당시 목표한 환자 수는 600명이었는데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근당은 애초 급성췌장염 치료제로 사용하던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앞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서울대학교병원 외 다국가, 다기관에서 해당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올해 4월 국내 다기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임상은 24개월(2021년 4월~2023년 4월) 동안 시행할 계획이었다.
종근당이 '나파벨탄'의 임상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힌 날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임상2상을 자진 철회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자진 철회 이유로 환자 모집의 어려움을 꼽았다.
앞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아이발티노스타트'와 '카모스타트' 등 2가지 약물로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임상2상 시험계획 신청을 취하했고 이번에 카모스타트 임상까지 중단하면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종근당과 크리스탈지노믹스에 앞서 6월29일에는 셀트리온이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셀트리온은 흡입형 항체치료제의 임상1상을 마치고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CT-P63'을 추가한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일부 국가에서 승인받은 상황이었다.
다만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연구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및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 플랫폼 연구는 계속 진행할 방침을 정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6월 국제의약품특허풀(MPP)로부터 MSD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 복제약 생산기업으로 선정돼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던 국내 기업 23곳 중 6곳이 중도하차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들 중도하차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동력을 잃은 것으로 바라봤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의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미 시장에 나와 사업성이 퇴색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임상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등록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임상 중 철회했거나 상황을 알 수 없는 임상 수만 770건에 이른다.
▲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지연되는 사례도 여럿 나오고 있다.
일동제약이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긴급승인을 보류했다.
후생노동성은 조코바의 임상 시험 데이터를 근거로 유효성·안전성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를 거듭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7월 안에 약사분과회와 합동심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시오노기제약 측은 올해 2월 임상 중간결과를 바탕으로 조건부 사용승인을 신청했다가 5월 일본에 긴급승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긴급승인 적용을 신청했다.
조코바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가진 단백질 분해효소인 '3CL-프로테아제'를 저해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시오노기와 공동 개발 협약을 맺은 일동제약이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도 임상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당초 5월로 예정됐던 폴란드에서의 임상시험계획승인 예정일이 7월 중으로 변경됐고 콜럼비아의 임상시험계획승인 역시 당초 4월에서 7월 중으로 연기됐다.
한국비엔씨는 대만 골든바이오텍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 '안트로퀴노놀'에 대해 한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제조·판매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데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안트로퀴노놀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