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업황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가를 절감하고 SSD의 고용량화에 대응할 수 있는 3D낸드 기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3D낸드에서 업체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져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만큼 외부업체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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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황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1일 "SK하이닉스의 D램 재고량이 1분기 말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D램 업황악화에 따른 타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PC와 스마트폰 등 D램을 탑재하는 제품의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는 반면 세계 D램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어 지난해부터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D램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춰 내놓으며 D램 평균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해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D램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미세공정기술에서 앞서 실적을 방어했지만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올해 1분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IT기기의 수요부진과 D램 공급과잉이 이어지며 올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매출규모가 지난해보다 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2020년까지 매년 시장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밑돌며 업황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 연구원은 "D램의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반면 낸드플래시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적용처와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에게 3D낸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의 경우 기술적 특성상 더 발전할 가능성이 적어 성능 면에서 후발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중국업체들이 이를 노리고 정부 지원에 힘입어 D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업황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경우 반도체소자를 입체적으로 쌓는 3D낸드 기술을 통해 성능과 용량, 원가 절감 측면에서 기존의 기술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저장장치 분야에서 기존의 하드디스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D램과 달리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먼저 3D낸드를 이용한 제품을 양산해 내놓는 등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력이 가장 앞서있다.
하지만 일본 도시바와 인텔,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3D낸드의 성장성에 주목해 앞다퉈 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의 매출비중이 76%에 이르는 사업구조를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바꿔내기 위해 올해 3D낸드 시제품을 양산하는 등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부문에서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등 원가개선에 고전하고 3D낸드에 투자를 확대할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독자생존보다는 외부업체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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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SSD. |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마저도 낸드플래시에서 1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삼성전자를 무너뜨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마이크론과 기술력에서 협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와 샌디스크 역시 3D낸드 기술개발에 협력하며 생산공장을 공동운영하는 등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들보다 낸드플래시 역량이 약하고 설계 기술력도 부족하다"며 "3D낸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외부 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3D낸드에 투자를 더 확대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며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