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 국민들과 여러분이 보고 있지 않느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9일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왼쪽)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검사 출신으로 ‘칼날’을 마구 휘두를 것이라는 금융업계의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있어 충분히 조율할 것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 원장과 경제관료 출신인 김 후보자가 금융시장의 주요 현안을 바라보는 데 있어 시각차가 커진다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금융업계 안팎에 따르면 이른바 ‘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 원장의 취임으로 금융감독원에 어느 때보다 큰 힘이 실릴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지만 '실세' 원장의 등장에 금융위원회보다 금융감독원에 더 강한 힘이 실렸다는 해석을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의 지지를 배경으로 금융범죄에 대한 감독을 이전보다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인지수사에 제약이 있고 최근 금융위원회 소속 특사경까지 만들어지면서 힘이 다소 빠졌지만 검사 출신 이 원장이 검찰과 협력을 통해 금융감독원 특사경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의욕을 앞세우면 자칫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금융감독정책을 수립하는 금융위원회와 이를 바탕으로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감독원 수장들의 손발이 맞지 않아 갈등을 일으킨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관료 출신인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성장과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을 위해 사모펀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개혁적 성향의 학자 출신인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갈등을 빚었다.
반면 김 후보자와 이 원장이 갈등을 겪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김 원장과 이 원장의 불협화음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아직 두 사람 모두 취임 초기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와 이 원장은 상견례 차원에서 비공식적 만남을 갖고 협력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와 이 원장은 7일 오후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에서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날 두 사람은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규제 개혁, 금융산업 발전, 금융감독서비스의 선진화, 투명화 시장질서 확립 등을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자는 9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협조해서 잘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7일 취임사에서 “함께 일하는 부처, 유관기관과의 관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시각 차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도출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