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추가 자구안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이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압박이 더욱 높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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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더욱이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 대표를 역임해 대우조선해양에서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심적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건전성 심사(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가 나오는 6월 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추가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인력감축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특수선(방산)사업을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20일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연기했다.
정 사장은 정부가 STX조선해양의 청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선업계에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제출하면 STX조선해양과 같은 잣대를 대우조선해양에 들이댈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산업은행에 이메일로 자구안 초안을 보낸 것이 있어서 산업은행이 자구계획의 핵심사항은 알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자산 감축을 할 부분이 좀 더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제출날짜를 미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과거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밟고 있을 때 사장을 맡아 1년 반 가까이 경영을 책임졌다.
산업은행은 2013년 12월 현역에서 은퇴했던 정 사장을 STX조선해양의 경영을 정상화할 적임자라고 판단해 사장에 임명했다.
정 사장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워크아웃 상태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을 경영정상화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 사장에 취임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 조기졸업과 안정화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성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신규수주를 하는 데 주력했다. 주력선종도 중형유조선을 선택하며 사업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STX조선해양은 실적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영언손실 1조5668억 원을 냈지만 2014년 영업손실 3137억 원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선임되기 직전인 2015년 1분기에도 STX조선해양은 영업이익 51억 원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신청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 사장이 STX조선해양에서 했던 자구노력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놓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