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교통공사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통합정기권' 도입을 추진함에 따라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서울교통공사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통해 2023년 도입을 목표로 버스, 지하철 등 통합정기권 추진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교통비 절감과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지하철 정기권의 버스 환승할인 적용’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현재 지하철 정기권은 서울과 인천에서 버스와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고 각 지역 내 정해진 지하철 구간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통합정기권이 도입되면 기존 지하철 역세권 주민 외에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는 이용객에게도 할인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며 “국민의 대중교통비를 27~38% 정도 절감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절감되는 국민의 대중교통비는 결국 대중교통 운영주체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환승할인에 따른 요금정산 방식을 두고 각 운영주체들 사이의 갈등도 예상된다.
현재 환승할인에 따른 요금 정산은 교통수단의 각 운영주체들이 기본요금의 절반 수준을 최종 정산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테면 한 승객이 버스를 이용한 뒤 지하철로 환승해 기본요금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했다면 버스회사와 서울교통공사는 각각 600원 정도의 요금을 정산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버스와 지하철의 기본요금 차이, 이용자의 이용 거리 등에 따라 세부적 금액은 조금씩 조정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운임으로 원가 이하인 기본요금 1250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환승할인에 따른 손실의 확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발행되는 지하철 정기권은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요금의 전부를 서울교통공사나 인천교통공사 등 발매 주체가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통합정기권은 환승이 전제된 만큼 서울교통공사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출범 첫 해부터 4073억 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2020년 1조1137억 원, 2021년 9644억 원 등으로 순손실 폭도 커지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하철 기본운임은 2015년 1250원으로 결정된 뒤 7년째 동결 중임에도 당장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물가 인상 압력이 커지자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승할인은 2004년 도입된 이후 손실보전 문제와 관련해 꾸준히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으로 등장해 왔다. 열기가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2013년에는 경기도, 인천시가 한국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에 지급하던 손실보전금 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추면서 소송이 벌어졌다가 서울메트로 등의 승소로 결론이 나는 등 이해관계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통합정기권과 관련해 “아직은 논의가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며 “서울교통공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시민의 편의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