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 토지를 담보로 한 대출이다”며 “대출 연장과 관련해 은행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금리조건만 마무리 되면 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주비 대출 연장과 별도로 사업비 대출에 있어 시공사업단이 연대보증을 하지 않으면 대출 연장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재건출사업 전체가 완전히 틀어질 가능성까지 있다. 사업비 대출은 시공사업단과 관련된 대출이라 시공사업단의 연대보증이 꼭 필요하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지난주에 대주단에 사업비 대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주단은 사업비 대출 연장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업단 사이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현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 합의는 요원한 만큼 시공사업단은 연대보증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조합이 7천억 원의 사업비를 갚지 않으면 대위변제 이후 법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사업비 대출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비 대출 연장은 큰 문제가 없으면 되는 것이다”며 “시공사업단의 의지로 사업비 대출 연장을 하지 않아 사업이 멈추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사업비 대출 연장이 안 되면 시공사업단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소송이 얽히면서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조합의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금리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9가지 공사재개 조건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에서 제시한 공사 재개조건은 협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을 통해 공사재개조건을 논의해보자는 태도는 내비쳤다.
하지만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9가지 조건을 먼저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이유가 없다"면서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지난 4월20일 9가지 공사 재개 조건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공사 재개 조건은 △계약적·법률적 근거 제공 △정상적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분양계획 등의 일정 확정 △분양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손실 보상 △아파트 품질확보를 위한 적정 공사기간 보장 △이미 발생한 손실비용 보상 등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들 조건 가운데 '계약적·법률적 근거 제공'을 핵심으로 본다.
이는 조합이 지난 3월 제기한 공사도급변경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취하하고 2020년 6월25일에 체결한 계약서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조합이 특정업체 마감재 지정입찰 요구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조합은 지난 2016년 2조6천억 원의 공사비를 의결했다. 그런데 2020년 6월 3조2천억 원으로 공사비를 늘리는 계약을 시공사업단과 다시 체결했다. 당시 집행부가 물러나면서 새 집행부가 이 계약을 부정하고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
시공사업단은 더 이상의 '외상 공사'는 없다는 태도를 명확히 하면서 지난 4월15일 유치권 행사를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 16일부터 크레인 해체작업도 시작했다. 타워크레인은 한 번 해체하면 다시 설치하는 데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그 동안 공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애초 입주 예정일은 2023년 8월이었으나 사업 일정이 3~4년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7대의 타워크레인 해체에만 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합의가 이뤄져도 2023년 상반기에나 공사가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조합원 내부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시공사업단과 면담을 진행했다. 정상화위원회는 일부 조합원들이 현 조합 집행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지난 4월22일 발족시킨 단체다. 정상화위원회는 현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