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돌입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은행들은 현대상선에 대한 충당금을 미리 쌓아둬 단기적 충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진해운까지 법정관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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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끝낸 뒤 기자들에게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정부에서 제시한 협상 마감시한인 20일까지 용선료를 인하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현대상선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18일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채권은행들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에 대비해 여신을 모두 손실로 처리할 경우의 충격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법정관리를 받는 기업의 여신을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 등급으로 내리고 비용처리해 순이익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받더라도 은행들은 타격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현대상선에 대해 6810억 원 규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보유하고 있다. 위험노출액이 대우조선해양(22조7362억 원)이나 한진중공업(1조1977억 원)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대한 위험노출액(3902억 원)의 대부분을 재무제표에 충당금으로 이미 반영했다”며 “현대상선 등 해운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도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872억 원), KB국민은행(588억 원), 신한은행(100억 원)은 올해 1분기에 위험노출액을 충당금으로 전액 쌓았다. NH농협은행(758억 원)과 KEB하나은행(589억 원)도 절반 이상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장한 은행들 가운데 대부분이 1분기에 현대상선에 대한 위험노출액을 충당금으로 전액 처리했다”며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받아도 향후 은행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받으면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은행권의 불안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 은행들은 한진해운에 대한 위험노출액 1조102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부분 한진해운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많이 쌓아두지 않았다. 여신등급을 ‘고정이하’로 내릴 경우 최대 2300억 원을 추가 적립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동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충당금뿐 아니라 하청기업의 실적 악화 등 은행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커진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지원규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