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올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이 총재가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6일 열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기준금리의 변화폭을 조정하는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일부터 4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이번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로베르토 페를리 파이퍼샌들러 글로벌 정책실장은 “모두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회의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며 “우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도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한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면 0.5%포인트까지 좁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가 더 높아지는 기준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격차를 일정수준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같이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이 처한 경제 상황이 달라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4월19일에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은 물가 상승률이 우리나라보다 거의 2배 높은 상황이고 성장률은 4% 중반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미국만큼 건실하지 않으므로 미국보다 조심스럽게 금리 인상 속도를 봐야 한다”며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게 되면 굉장히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월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려 나갈 수 있어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노무라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월과 7월 정례회의에서 모두 0.75%포인트에 이르는 기준금리 인상을 2차례 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여파가 장기간 남는 일을 피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 스텝’이 이어진다면 기준금리 역전도 나타날 수 있어 이 총재가 기준금리 속도조절론을 고수하기는 힘들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와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가 이어진다면 시장에서는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전망이 확대될 수 있다”며 “국내 기준금리의 최종 상단도 기존 2.25~2.50%에서 2.75%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