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AA-급 우량기업 기준으로 회사채 금리는 연 3.539%로 장을 마쳤다.
4월 들어 회사채 금리는 11일에 연 3.813%로 9년9개월 만에 최대치로 오른 뒤 지속적으로 연 3.5% 선을 웃돌고 있다.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8월까지는 2%를 밑돌았고 연말에 연 2.410% 수준까지 올랐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만 4개월 만에 1.1%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한전 회사채 금리 역시 3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3월 1.3% 수준에서 올해 4월11일에는 3.6% 수준으로 올랐다.
회사채 금리의 상승은 물가 상승 등에 대응해 각국 재정당국이 긴축정책에 속도를 내고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회사채 금리의 상승이 한전의 이자비용 부담으로 곧장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이 한도에 가까워졌다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앞으로의 자본조달 여건이 녹록치 않아진 데 더해 이미 발행한 회사채에 따른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한전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1조9144억 원을 냈다.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을 5조8601억 원 본 상황에서 영업손실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의 이자까지 새로 부담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올해 한전의 이자비용은 지난해에 견줘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의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회사채 발행 규모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4월 중순까지 12조 원에 가까운 회사채를 발행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인 10조4300억 원을 4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한전의 막대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회사채 시장의 금리 상승 흐름에 더욱 불을 붙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채 금리의 상승세에 대부분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한전은 경영난 심화에 회사채 발행을 늘려 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국내 전체 회사채 시장의 물량 가운데 한전 회사채가 40%에 이를 정도가 됐다.
한전으로서는 경영난에 따른 회사채 발행으로 회사채 금리 상승, 이자 부담 상승, 경영난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든 셈이다.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신용등급까지 떨어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4월 들어 한전에 BBB- 등급을 부여했다.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으로 한 단계만 더 낮아지면 투기 요인이 있는 ‘투자부적격 등급’이 된다.
무디스는 Baa2, 피치는 BBB 등으로 모두 투자적격 가운데 최하 바로 윗 등급을 부여하는 등 한전을 향한 신용평가는 다른 신용평가사에서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낮은 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 등 자본조달에서 금리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결국 한전이 자본조달을 통한 버티기의 한계에 이른 만큼 경영난의 근본 원인인 ‘전력 원가보다 낮은 전기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한전의 경영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만큼 현재의 전기료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만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한전은 영업손실 7조603억 원을 냈을 것으로 보이는데 영업손실 규모가 기록할 만한 수준”이라며 “한전이 전력 원가 상승을 부담하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기는 어려운 만큼 전기요금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