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2020년 3월 3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해 올해 사실상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조 회장이 올해 KB금융으로부터 리딩뱅크를 탈환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연임을 준비할 수 있을까?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투자상품 관련 일회성 비용의 대부분을 털어내며 실적 안정성을 높였고 올해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이익도 기대되고 있어 3년 만에 국내 금융지주 순이익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낮지 않아 보인다.
2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힘입어 연결기준으로 각각 4조 원 중반에서 5조 원 초반대의 순이익(지배주주 지분 기준)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두 금융지주 모두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적게는 5% 가량, 많게는 20% 넘게 늘며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1분기 매우 양호한 실적을 냈다”며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올해 연중 순이자마진(NIM)이 지속 개선되며 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두 금융지주의 순이익 차이가 적게는 1천억 원 미만, 많아도 3500억 원가량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역시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연결기준 순이익 1조4531억 원과 1조4004억 원을 냈다. 차이는 527억 원으로 지난해 781억 원 차이에서 254억 원(33%) 줄었다.
신한금융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의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도 리딩뱅크 경쟁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올해 안에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이 성사되면 신한금융에 4천억~5천억 원 가량의 순이익이 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올해 가파른 마진 상승세에 힘입어 5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신한금융투자 사옥 예상 매각이익까지 더해진다면 실제 순이익은 5조5천억 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회장이 올해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한다면 내년 3월에 있을 회장 연임에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딩뱅크 대결은 양 금융지주의 자존심이 걸린 경쟁일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로 여겨지며 브랜드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용병 회장은 2017년 3월 회장 취임 뒤 지금껏 5년 동안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KB금융과 5번 맞붙었는데 2번을 이기고 3번을 졌다.
조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신한금융은 2010년대 들어 줄곧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으나 KB금융이 2016년 KB증권을 품고 2017년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마저 완전자회사로 삼아 순이익이 급격하게 늘면서 KB금융에 밀렸다.
하지만 조 회장은 곧바로 다음해인 2018년 KB금융으로부터 금융지주 순이익 1위를 탈환했고 2019년까지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당시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익 차이는 1천억 원도 나지 않았는데 마지막 4분기 실적으로 순이익 1,2위가 바뀌는 등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20년과 2021년에는 KB금융이 다시 신한금융을 제쳤는데 신한금융이 사모펀드 환매사태와 관련한 보상비용 등을 대거 반영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사모펀드 환매사태 비용을 대부분 털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선제적 위험관리를 통해 실적 불확실성을 줄인 만큼 올해는 리딩뱅크를 탈환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셈이다.
조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강조하는 ‘원(ONE)신한’ 정책과 함께 과감한 인재영입을 통해 리딩뱅크 탈환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KB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조재민 사장을 신한자산운용 대표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조재민 사장은 KB금융을 떠난 지 1년 만에 신한금융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최대 라이벌인 KB금융의 전문경영인 출신을 자회사 대표로 영입한 것으로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조 회장의 의지로 바라봤다.
신한금융 관계자 “1분기 코로나19 추가 충당금을 반영했음에도 시장의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며 “올해 일부 자회사의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지난해까지 투자상품 관련 일회성 비용 등을 모두 반영한 만큼 지주의 전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