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앞날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달렸다.
현대증권은 매각됐고 현대상선은 생존마저 불확실하다. 현대상선은 고비를 넘겨도 출자전환을 통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가게 된다.
사실상 현대아산과 현대엘리베이터만 남게 되는 셈인데 현대아산은 대북관계 악화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 현대상선 출자전환 이뤄지면 그룹 규모 쪼그라들어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해외선주 5곳을 국내로 초청해 막바지 용선료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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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다. 현대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이 현대상선에서 나온다. 해운업이 불황에 빠지기 전에는 현대그룹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현재 기로에 놓여 있다. 만일 용선료협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무사히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거쳐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현대상선은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 경우 현대상선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분리 승인절차를 거쳐 현대그룹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취임하던 해 현대그룹의 재계서열은 15위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계열사와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현대그룹의 규모는 급격하게 줄었다. 2015년을 기준으로 현대그룹은 재계서열 29위다.
올해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이 떨어져나가면 자산 2조 원 수준으로 몸집이 줄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서도 빠지게 된다.
◆ 현대그룹 짊어진 현대엘리베이터 어깨 무거워
현대그룹을 홀로 이끌어 나가야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다행히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업인 엘리베이터사업에서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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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국내 엘리베이터시장에서 점유율 45%를 차지하며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26%나 늘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계열사에 대한 지원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업인 엘리베이터사업에서 내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또다른 계열사인 현대아산은 앞날이 불투명하다.
정부가 2월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현대아산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아산은 1분기에만 영업손실 20억 원을 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영업손실 23억 원을 봤는데 1분기에 이미 지난해만큼 적자를 낸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현대상선이 입을 매출손실만 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역시 2008년 중단된 뒤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두달 안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5월 초 북한의 7차 당대회 이후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 남북관계가 호전될 계기를 맞고 이에 따라 남북경협사업 재개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