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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재무건전성 개선 총력전, 금리인상 빨라져 더 속도 낸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4-18 16: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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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재무건전성 개선에 지속해서 힘을 힘주고 있지만 다른 생명보험사와 비교해 성과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금융당국의 보험사 재무건전성 평가 기준이 RBC(Risk Based Capital, 위험가중자본)에서 K-ICS(Insurance Capital Standard, 보험자본기준)로 바뀌면 지급여력비율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여 사장은 건전성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 재무건전성 개선 총력전, 금리인상 빨라져 더 속도 낸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18일 금융감독원이 매분기 발표하는 ‘보험회사 RBC비율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화생명은 최근 1년 사이 국내 23개 생보사 가운데 RBC비율 순위가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순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 184.6%를 보여 국내 23개 생보사 가운데 20번째로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RBC비율은 238.3%로 23개 생보사 가운데 11번째를 차지했는데 1년 사이 순위가 9계단이나 내려갔다.

한화생명은 2020년 9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5분기 연속 RBC비율이 나빠졌다.

23개 생보사 가운데 최근 5분기 연속 RBC비율이 악화한 곳은 한화생명을 포함해 교보생명, 농협생명, 푸르덴셜생명, 교보라이프생명 등 5곳인데 이 가운데 RBC비율이 200% 아래인 곳은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RBC비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좋다고 보는데 보험업법 상 최소 준수비율은 100%,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은 150% 이상이다.

한화생명은 2019년 보유하고 있던 만기보유증권의 계정 분류를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꿨는데 이런 영향 등으로 금리 인상기 RBC비율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채권 계정을 각자 전략에 따라 만기까지 보유하는 만기보유증권, 만기 이전에 매도하는 매도가능증권 등으로 재분류할 수 있다.

원가로 한 번만 평가하는 만기보유증권과 달리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면 매 결산기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 이익이나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시에는 보험사 손익과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

금리와 채권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은 기본적으로 고정금리로 발행되는데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사들은 금리가 10bp(0.1%포인트) 오르면 RBC비율이 최대 5%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이라며 “채권은 계정 변경 이후 3년 내 재변경이 불가능한 만큼 2020년 이후 채권 계정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바꾼 보험사는 올해 금리 상승에 따른 RBC비율 하락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긴축기조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지난해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한화생명의 RBC비율 역시 더 빠르게 악화할 수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판단하는 건전성 평가 기준이 RBC에서 K-ICS로 바뀐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인 K-ICS 역시 가용자본인 순자산을 요구자본인 책임준비금으로 나눠 산출한다. 다만 요구자본을 구할 때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기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에서는 현재 방식과 비교해 지급여력비율이 최대 40%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금융당국 역시 지급여력제도 변경이 각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을 고려해 2017년부터 오랜 기간 새로운 제도 도입을 준비해 왔다. 2023년 1월 제도 도입이 결정된 것도 4년 전인 2018년이다.

지급여력제도 변경이 일찌감치 예고된 것인 만큼 여 사장 역시 그동안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자본 유보를 위해 2010년 상장 뒤 처음으로 결산배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이자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연달아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고 서울 신설동 사옥매각 등 부동산 처분도 현재 진행하고 있다. 비용감축을 위해 7년 만에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재무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앞으로 여 사장의 그룹 내 위상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며 금융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신인 대한생명 때부터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생명 재무건전성 개선 총력전, 금리인상 빨라져 더 속도 낸다
▲ 2021년 말 생명보험업계 '빅3'를 비롯한 회사별 RBC비율 현황. <금융감독원>

여 사장이 내년 지급여력비율의 기준이 바뀌는 시기에 맞춰 재무건전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역량을 인정받으며 그룹 내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은 2016년 초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오른 뒤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여파로 적자를 보던 한화투자증권을 흑자로 돌려세우며 역량을 인정받은 경험이 있다. 여 사장은 당시 성과로 2017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여 사장 역시 전임인 차남규 전 부회장처럼 한화생명을 장기간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여 사장은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재무·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1985년 경인에너지(현 한화에너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한화그룹 재무회계담당 부장,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보, 대한생명 재정팀장 상무,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 전무,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 사장 등을 거쳐 2019년 3월 한화생명 대표에 올랐고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여 사장에 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사람을 한 번 믿으면 오랫동안 중용하는 인사 스타일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여 사장 전임 대표이사였던 차남규 전 부회장은 2011년부터 2019년 말까지 10년 가까이 한화생명을 이끌었고 전문경영인으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부회장까지 올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RBC비율 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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