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2022-04-17 14: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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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과 오리온 등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이중표기, 식품안전 논란에 휩싸여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애국심을 앞세운 소비 성향을 강하게 나타내면서 중국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 오리온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
17일 중국 현지매체 경제일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기업의 성장은 외국기업 탄압에서 더 힘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일보는 “앞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도 티베트 지지 선언을 하며 중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을 때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훙싱얼커 판매량이 폭등했다”며 “외국기업이 뭇매를 맞으면 중국기업이 이득을 본다”고 봤다.
중국이 외국기업 인기제품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자국기업을 우대하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선전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애국주의로 내부 단결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위상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최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에일린 구 스키 선수가 애국주의의 상징으로 큰 인기를 누린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행보는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인 오리온과 삼양식품, 락앤락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경제일보는 “중국에서 오리온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때 중국 제과기업 다리위안이 인지도를 높여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보도했다.
다리위안은 오리온이 고초를 겪는 사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망을 통해 ‘국산 브랜드, 제품에 진심을 다하다’라는 슬로건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오리온은 중국 제과시장에서 연간 매출 60억 위안(1조1557억 원)을 넘게 기록하는 기업이지만 최근 현지에서 식품안전과 가격차별 논란을 겪고 있다.
오리온은 2021년 9월 중국에서 초코파이 판매가격을 6~10% 올렸고 비슷한 시점에 러시아 판매가격도 올렸다. 이런 사실이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올해 초로 시점이 잘못 알려지면서 오리온은 러시아와 중국의 초코파이 판매가격만 올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중국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에는 가짜 코코아 버터인 대용물이 들어갔다는 소문까지 확산되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말고도 다른 국가의 판매가격도 인상했으며 코코아버터 대용물 역시 한국 판매 제품과 동일하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유통기한 이중표기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유통기한은 6개월인 반면 중국에서는 1년으로 표기돼 있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팔다가 남은 제품이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수출 제품 특성상 운송과 통관 기간을 고려해 항산화성분 첨가물을 더 넣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1년이다”며 “모든 수출 제품이 예외 없이 똑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성분 검사 기관 칭다오위안신검측기술유한공사가 직접 성분 분석을 한 결과 불닭볶음면의 과산화물가(POV)가 0.30g/100g로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라면)’ 기준인 0.25g/100g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를 놓고 중국 소비자들의 공분은 식지 않고 있다.
칭다오위안신검측기술유한공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라면 과산화물가 함량 표기가 기준을 넘어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다만 불닭볶음면에도 이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하며 진화에 나섰을 정도로 불닭볶음면 사태는 삼양식품에 타격을 주고 있다.
락앤락은 올해 초 품질 기준 미달로 상하이시 민싱구 시장감독관리국으로부터 3만9900위안(768만6천 원)의 범칙금을 부과 받았다.
앞으로 한국기업의 중국시장 공략은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중국 매체 시대주보가 1월전국경제인연합회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중국시장 매출액 상위 30위 한국기업의 합계 매출액은 117조1천억 원으로 2016년보다 6.9% 줄었다.
그리고 해당 30개 기업의 중국시장 매출액 비중도 22.1%로 2016년보다 3.5%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외국기업 제품보다 자국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안전성과 애국주의 방면에서도 좋다고 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한국기업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중국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가 많아진 점이 중국 소비자의 이러한 소비성향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서 '혐중', 중국에서는 '혐한' 논란이 계속 일어나는 만큼 한국기업은 특히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기업 우선주의 소비성향에 따른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