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는 29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제한 기준이 보고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제한 기준은 29일 기금위에 우선 보고된 뒤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제한 기준 마련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5월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데 따른 후속조치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한다고 밝히며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이나 기업군을 투자 가능종목 또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이 어떤 기업을 석탄 관련 기업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설정한 기준은 국민연금은 물론 다른 투자 주체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탈석탄 투자 기준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딜로이트안진에 관련 용역을 맡겼다. 올해 3월17일 중간 발표를 통해 대체적 윤곽은 나온 상태다.
중간 발표를 보면 선정 기준은 석탄 산업의 범위, 정량기준 지표, 정량지표의 강도, 정성기준 도출 등을 주요 항목으로 구성됐다.
석탄 산업의 범위는 석탄의 채굴과 발전을 기준으로 삼았고, 정량기준 지표는 매출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량지표의 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석탄 관련 비중을 매출의 30% 이상으로 볼 것인지, 50% 이상으로 볼 것인지 등 두 가지 방안을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들은 50% 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석탄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인 기업을 투자제한 기업으로 보게 되면 상당수의 기업들이 포함되는 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중간발표를 맡았던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이사는 정량지표의 강도와 관련해 “50% 기준은 국민연금의 영향력, 국내 전력산업의 현황을 고려한 선택지이나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이라면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30%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해 정성적 기준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으로서는 탈석탄 투자와 관련해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기업들과 다시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경영계와 갈등이 이미 상당한 수위로 올라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관련 움직임이 알려진 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영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토론회, 간담회 등을 열며 국민연금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국민연금이 석탄 관련 기업에 무작정 투자를 배제하는 것이 탈석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추천으로 중간발표에 참석한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은 “역설적이지만 탈석탄을 위해 석탄발전기업에는 투자가 더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영향력을 가진 상태에서 탈석탄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