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제조 부문 계열사들이 금융권에서 빌리거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끌어다 쓴 차입금이 6조 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부증권이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50% 이상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투자업 규정을 어기고 제조부문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의 회사채를 전량 편법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
|
|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2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동부그룹 제조 부문 계열사들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조26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등에서 빠진 금액을 제외한 최근 차입액은 5조7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차입금은 금융기관에서 융통한 대출, 공모와 사모 형태로 발행된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포함한 수치다.
계열사별 차입금 규모를 보면 동부제철이 2조3천억 원으로 가장 많다. 동부하이텍 6600억 원, 팜한농 6400억 원, 동부메탈 4700억 원, 동부CNI 2560억 원, 동부대우전자 1750억 원이다. 동부건설 차입액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등으로 6500억 원 수준이다.
주요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 잔액은 지난해 말 1조9천억 원 수준에서 현재 약 1조8천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한신평은 "동부그룹 계열사 중에선 동부제철과 동부메탈, 동부CNI 등의 상황이 가장 안 좋고 동부건설은 발전 지분을 매각하면 개선 여지가 있다"며 "채권단과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을 맺을 것으로 보이나 나머지 계열사의 운명은 알 수 없고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회사채 투자자는 실질적으로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추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회생절차) 등으로 결정되면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동부증권에 검사를 통해 동부CNI 회사채를 전량 편법 인수한 정황을 확보하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징계안을 상정한다.
동부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CNI가 3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150억 원어치를 각각 인수했다.
그 후 유진투자증권은 동부증권에 동부CNI 회사채를 모두 다시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동부증권은 동부CNI가 발행한 회사채 300억 원 전량을 인수하게 됐다. 동부증권은 이후 인수한 회사채 중 일부인 100억 원 이상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부증권의 회사채 편법인수 문제와 관련된 안건을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동양사태 직후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증권사는 투기등급의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 규정은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50% 이상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