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반도체기업들의 공격적 시설투자 영향으로 이른 시일에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정기술로 확실한 경쟁우위를 갖춘 대만 TSMC가 차별화된 수익성을 나타내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 독주체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24일 “반도체 공급부족 위기가 곧 공급과잉 위기로 전환할 수 있다”며 “첨단 공정기술에 투자한 반도체기업들만 수익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1년 들어 정점을 찍었던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는 원격근무 확대에 따른 전자제품 수요 증가와 물류 이동 차질이 빚어낸 병목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닛케이아시아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한 반도체기업들의 시설 투자 확대와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 투자 지원이 이런 상황을 빠르게 바꿔내고 있다고 바라봤다.
TSMC는 올해 반도체 시설투자 계획을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440억 달러로 제시했다.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지금과 같이 가파른 속도로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유럽과 인도, 일본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기업들의 현지 시설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점도 반도체업황에 큰 변수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은 미국 정부의 투자 지원을 기대하고 최근 미국 내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다른 반도체기업들도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설투자를 본격화하면 반도체 총 생산량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런 흐름이 지속될수록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면 결국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022년부터 반도체기업들의 생산투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2023년에는 더 많은 반도체 시설투자 효과가 반영돼 공급 과잉이 벌어지면서 반도체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TSMC와 같은 선두기업은 다른 반도체기업과 달리 공급 과잉 상태에도 수익성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으로 닛케이아시아는 전망했다.
TSMC가 주도하고 있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는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계속 공급부족 상태를 이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023년 이후 공급부족을 나타내는 것은 첨단 미세공정 기반의 반도체밖에 없을 것”이라며 “TSMC가 수요에 활발히 대응해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세계 여러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공급과잉 사태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TSMC는 첨단 공정으로 꾸준한 수익성을 거두며 파운드리시장 독주체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닛케이아시아의 전망대로라면 삼성전자와 인텔 등 TSMC와 시스템반도체 공정기술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잠재력을 갖춘 기업들도 충분히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
TSMC가 모든 고객사의 첨단 공정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일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TSMC보다 더 앞선 기술을 확보한다면 오히려 반도체 공급과잉 국면에서 고객사 주문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신기술에 핵심인 첨단 공정 반도체의 공급은 항상 부족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이엔드 분야에 집중하는 반도체 제조사들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