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발전연료비가 상승하면서 2월 평균 전력도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200원 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9일 육지기준 가중평균 전력도매가격은 206.56원으로 3일 연속 200원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4일 전력도매가는 kWh당 207.73원으로 2013년 이후 약 9년 만에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했다. 이후 전력수요가 적은 주말에 가격이 잠시 하락한 뒤 다시 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껏 월평균 전력도매가가 200원 대를 기록한 적은 없다. 기존 최고기록은 2012년 7월에 기록한 185원대였다.
전력도매가는 한국전력이 공공 및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단가를 뜻한다. 전력거래소가 다음 날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발전사로부터 발전공급 입찰을 받은 뒤 1시간 단위별로 전력도매가를 미리 결정한다.
한국전력은 매출 대부분이 전기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전기 구입비용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에 곧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운영비용을 줄이려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한전 쪽은 주장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한국전력이 올해 12조8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낼 뿐 아니라 2023년에도 1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12조 원), 메리츠증권(-10조 원), NH투자증권(-8조 원) 등도 한국전력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원자재 급등에도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4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올해와 내년에는 이를 몇 배나 웃도는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는 것이다. 기존 한국전력의 최대 적자 기록은 2008년 2조7981억 원이었다.
결국 정 사장이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이에 연료비연동제 제도를 통한 연료비 조정요금 반영으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본 원가가 크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인상요인을 부인하고 조정하지 않으면 한국전력의 부채로 쌓이게 된다”며 “한국전력의 적자 상황이 방만경영 때문이냐고 하는데 전기요금 조정이 더디게 이뤄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3개월 마다 연료비 변동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도록 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다.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은 다음 달 20일 전후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 사장이 정부로부터 2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안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해 4월 기준연료비 인상이 예정된 데다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등이 예정된 만큼 전기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정부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석유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물가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개정 인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부가 전문위원회 자문을 거쳐 기획재정부와 조정방안을 협의한다. 이후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가 여부를 한국전력에 통보하게 된다.
요컨대 수요와 공급이 아닌 정책당국의 의사결정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전기요금은 물가 상승률과 정치적 지지율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기준연료비 인상이 제시된 상황에서 연료비연동제 재시행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연료비연동제로 원가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지만 전기요금이 물가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당장 4월로 계획된 전기요금 기준연료비 인상을 백지화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과학적 근거에 따라 가격조정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연료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 주가 방향성을 바꾸기에는 부족했다”며 “연료비 연동이 정상적으로 시행될지에 비관론이 반영돼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