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3사 계열 알뜰폰업체의 신규가입자 모집을 사실상 제한하는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 SK텔레콤은 지난해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신규가입자를 크게 늘렸던 만큼 올해 알뜰폰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로고.

▲ LG유플러스 로고.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이통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의 총합이 5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시장을 과점한 이통3사가 중소사업자를 키우기 위해 도입한 알뜰폰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과기정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10월 말 이통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휴대폰 회선에 가입한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49.9%로 집계됐다. 

정부가 이통3사의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에 50% 제한을 둔다면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사실상 신규 가입자를 모을 수 없게 된다.

시장 점유율 구조가 공고한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 KT에 뒤져 있지만 최근 알뜰폰 가입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3분기 기준 알뜰폰 가입자 약 255만 명을 확보했다. 이는 2020년 3분기보다 73.4% 늘어난 수치다.

양 의원에 따르면 2021년 1~10월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사업자는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사업자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 기간 신규가입자 132만 명을 모았다. 

미디어로그는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와 손잡고 데이터 및 통화사용량이 많은 배달기사 맞춤용 요금제를 출시해 인기를 얻었다. 홈페이지에 챗봇 서비스를 도입해 알뜰폰 이용자의 문의사항에 빠르게 대응하는 등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며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2위는 KT엠모바일, 스카이라이프 등 KT의 알뜰폰 사업자로 신규 가입자 96만 명을 유치했다. 3위는 SK텔레콤 계열 SK텔링크로 신규 가입자 63만 명을 추가했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KT와 SK텔레콤 계열 알뜰폰 업체들도 정부 규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2021년 11월 기준 1014만 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었을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2월보다 11.2% 늘었다.

올해 9월 e심(eSIM, 내장형 가입자 식별모듈)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알뜰폰 시장이 기존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하나로 이동통신 회선과 알뜰폰 회선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시장점유율 규제 검토 움직임을 놓고 알뜰폰 업계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이통3사의 알뜰폰 사업자를 시장에 참여시킨 뒤 이제와서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인위적으로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통3사의 알뜰폰 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된다면 오히려 알뜰폰 시장이 축소되고 기존 이통3사 체제가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만으로는 알뜰폰 시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통3사의 알뜰폰 사업자의 영업을 제한한다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기 위해 e심을 도입하는 정책 효과도 반감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