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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시험대에 올랐다.
이 회장이 주채권은행의 수장으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놓고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의 재무건정성은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았는데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에 제출한 자율협약 신청서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실무자 회의를 별도로 열어 한진해운 자율협약 안건을 상정해 검토한 뒤 추후 회의를 열어 자율협약 개시를 결정하게 된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보다 강도가 낮은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데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금융권의 채무상환은 일정기간 유예된다.
한진해운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6천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조 원에 이르는 비협약채권의 처리가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에 대해 용선료 협상을 전제로 원리금 상환유예와 채무조정, 출자전환, 현대상선과 합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구조 개선을 지원하겠다”며 “자구노력이 없는 기업, 한계기업에 과감한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구조조정은 상시적이고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이런 ‘말’과 달리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구조조정을 이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2분기 갑작스레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데 대해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고 대답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출자전환을 통해 두 회사를 자회사로 둘 경우 최대한 서둘러 경쟁력을 키운 뒤 매각해야 한다”며 “기업경영에 전문성이 없는 산업은행이 오랜 기간 해운사를 자회사로 두면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나타났듯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산업은행은 두 해운사 합병 등으로 민간이 구조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판만 깔아주고 실제 자금 투입은 극히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인 3월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협의를 했지만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은 지난해 이후 한꺼번에 여러 부실기업이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면서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 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7조3269억원으로 2014년 말 3조781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5.68%로 전체 은행 평균(1.71%)의 3배 이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