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에 붙은 ‘아픈 손가락’ 꼬리표를 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연초 글로벌 낸드플래시 공급량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여기에 차세대 낸드플래시 양산 및 개발, 인텔과의 시너지 등을 더해 낸드플래시사업의 흑자 기조를 굳히려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SK하이닉스 낸드 새 출발, 이석희 ‘아픈 손가락’ 꼬리표 뗀다

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올해 영업이익을 얼마나 거둘 수 있을 것인지가 반도체 분야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로 올해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자연스럽게 이석희 사장은 인수 효과를 실적 극대화로 증명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대금 90억 달러 가운데 70억 달러를 1차 지급하면서 사업 양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실적이 SK하이닉스 연결실적에 포함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 1조8천억 원의 영업이익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한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 증가는 기정사실인데 업계와 시장의 시선은 SK하이닉스 자체 낸드플래시사업의 영업이익 창출능력이 얼마나 커지는가에 쏠린다.

일단 새해 첫달 반도체 시장 상황은 이 사장에게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가동 축소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가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34.5%를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가동 축소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공급량 가운데 약 15%에 해당하는 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유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안의 봉쇄는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공급에 다시 비상이 걸린다는 의미다”며 “1분기 메모리 가격을 높이는 변수가 될 것이다”고 봤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가동 축소로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반도체업계와 시장 전반에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퍼져 있었다. 이런 메모리반도체의 겨울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긍정적 경영환경에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더해 낸드플래시시장 공략 강화의 고삐를 더욱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차세대 제품으로 여겨지는 176단 낸드플래시의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 마이크론보다는 다소 늦지만 삼성전자보다는 빠르다.

낸드플래시는 제한된 높이 안에서 층을 더 많이 쌓을수록(적층) 저장 용량이 늘어난다. 현재 시점에서 시장의 주류 제품은 128단 낸드플래시다.

이 사장은 올해 176단 낸드플래시의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설비투자(CAPEX)를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차세대 제품으로의 시장 전환기에 SK하이닉스의 입지를 강화하는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적층 단수를 더욱 늘린 238단 낸드플래시도 내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의 이와 같은 기술적 승부수가 시장에서 먹혀든다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의 흑자기조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영업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개별 사업 단위로 정확한 영업이익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가 추정에 따르면 낸드플래시사업은 2018년 3분기 이후 12분기만의 흑자전환이다.

3년여의 적자 기간을 거치며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에는 ‘아픈 손가락’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 사장으로서는 지난해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살아난 이익 창출의 불씨를 올해 큰 불로 키워내고 싶을 수밖에 없다.
 
[오늘Who] SK하이닉스 낸드 새 출발, 이석희 ‘아픈 손가락’ 꼬리표 뗀다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8단 낸드플래시로 만들어진 512Gb 용량의 TLC(SSD에 사용된 메모리반도체의 종류). < SK하이닉스 >


올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은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로 점유율이 확대되는 만큼 실적 체력이 더욱 강력해질 공산이 크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 13.5%의 3위, 인텔은 5.9%의 6위였다. 두 회사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19.4%로 2위인 일본 키오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19.3%를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에 이른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에 따른 점유율 상승효과뿐만 아니라 인수 시너지 효과까지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와 함께 미국에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의 미국 법인을 인수해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주요 낸드플래시 제품의 판매를 담당한다.

로버트 크룩 인텔 플래시메모리사업담당 부사장이 솔리다임의 CEO를 맡는다. 다만 이 사장도 솔리다임 의장을 겸임하면서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에 따른 새 출발을 계기로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에 달린 아픈 손가락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지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를 통해 기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면 고객들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