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SK케미칼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SK케미칼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원료를 납품했다.
SK케미칼은 유해성을 옥시 측에 미리 알렸다고 밝혔지만 제품생산과 판매를 방관한 데 대한 책임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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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사인 SK케미칼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중앙지검은 25일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의 마케팅 담당자 3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이라고 주장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2001년부터 판매했다.
검찰은 곧 신현우 전 대표 등 옥시 전현직 임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둘러싼 책임소재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옥시 측에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와 함께 “만약 SK케미칼이 MSDS(화학물질 정보를 담은 자료)를 옥시에 넘기지 않았거나 호흡독성 부분을 부실하게 작성했다면 SK케미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원료공급업체인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의 흡입을 권장하기 위해 피톤치드향과 라벤더향을 함유한 원액을 제조해 판매사인 애경산업에 공급했다"며 "원료를 공급할 때 물질안전보건자료에 '흡입하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기재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은 SK케미칼이 개발한 살균제 원료로 질병관리본부는 이를 폐 손상의 원인물질로 판단했다. SK케미칼은 PHMG의 흡입에 대한 경고를 담은 MSDS를 옥시에 줬다고 밝혔으나 옥시는 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검찰 수사는 제조판매사인 옥시 측에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원료의 위험성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도 수사에 포함될 것으로 보여 SK케미칼의 조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모임도 4월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창원 SK케미칼 대표이사 등 임원들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SK그룹에서 화학과 제약사업을 담당하며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개인 최대주주(17%)로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화학분야 매출 비중이 70% 가량이며 영업이익 대부분도 화학사업에서 나온다.
SK케미칼은 최근 들어 화학사업에서 친환경 소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글로벌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프리미엄 포장재 박람회 ‘룩스팩 상하이(LUXE PACK Shanghai)’에 참가해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화장품 포장재의 특장점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워낙 높아 향후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친환경 이미지 전략에 일정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